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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의 니하오] 중국 축첩형 부패관리의 전형 '팡자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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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의 니하오] 중국 축첩형 부패관리의 전형 '팡자위' 스토리

입력
2007.09.11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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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부패 관리의 90%가 정부(情婦)와 첩을 두었다는 중국 검찰의 발표가 있었다. 마침 중국 언론은 부패와 정부의 상관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사건을 보도했다. 그야말로 부패 사건의 압권이라 부를 만한 내용이었다. ‘11명의 정부 고발단’으로 명명된 이 사건은 전 산시(陝西)성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팡자위(龐家鈺ㆍ63) 부패 사건이다.

1986년 말단 기술원에서 산시성 바오지(寶鷄)시 한 공장의 부공장장으로 승진한 팡자위는 자신보다 10살 어린 공장장 리스민(李思民)에게 괄시를 받는다.

하지만 수완 좋은 팡자위는 94년 바오지 시장으로 승진한다. 당시 시 부국장인 리스민에게 보복할 구실을 찾던 팡은 리스민의 부인 쩡치앤(曾倩)에 눈독을 들였다. 95년 초 팡자위는 시 간부 부부 동반 연회를 열었고,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꾸며 리스민을 시 정부 청사로 돌려 보낸다.

팡은 쩡치앤을 찾아가 리스민이 젊은 여자와 정사를 벌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준 뒤 쩡치앤을 겁탈했다. 이후 쩡치앤은 팡의 정부가 됐다. 팡은 쩡치앤을 여행사 책임자로 발탁, 공식석상에서 “쩡치앤의 실적이 우수하다”며 수시로 리스민의 기를 죽였다.

쩡치앤은 거의 매일 팡을 만나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또 다른 팡의 정부들이 필요하다고 판단, “팡 시장은 자신을 위로해 줄 여자를 원한다”는 소문을 냈다. 이후 팡 시장에게 여자를 소개해주는 부하 직원들이 줄을 섰고, 팡 시장은 ‘지퍼 시장’으로 불렸다.

정부 여럿을 두게 된 팡은 돈이 필요했다. 팡 시장은 98년 리스민과 다른 정부들의 남편들에게 금융회사를 차리게 했다. 이 회사는 팡 시장의 도움으로 1년만에 1억2,000만위안(144억원)을 벌었다. 팡시장은 정부들을 위해 돈을 물쓰듯 쓸 수 있었다.

팡 시장은 산시성 정부가 인근 하천에서 바오지시로 수돗물을 끌어오는 사업을 벌이자 정부들에게 각종 이권을 나눠주었다. 사업 완공 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상수도관은 터지기 시작했고, 성 정부의 조사가 시작됐다.

사업을 맡았던 리스민 등 정부의 남편들은 2003년 줄줄이 구속됐다. 쩡치앤은 당시 산시성 정협 부주석으로 자리를 옮긴 팡자위를 찾아가 남편의 구명을 요청했다. 팡은 “리스민이 혼자 죄를 뒤집어쓰면 3년안에 감옥에서 나오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혼자 죄를 뒤집어쓴 리스민은 사형을, 다른 정부의 남편들도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분개한 쩡치앤은 팡의 정부 11명을 모두 불러모아 고발장을 만들었고, 2007년 팡자위는 구속된다.

이 사건은 중국 관리 부패 실상의 일부분이다. 최근 구속된 두스청(杜世成) 전 칭다오(靑島)시 서기를 조사하는 와중에 두스청의 정부가 다른 고위 관리들과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위 부패 관리들이 ‘정부 공유’를 통해 지위상승을 도모하는 상황도 중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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