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 무기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하면 평화협정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며 “김 위원장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언급함에 따라 내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보다 진전된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목표치를 다른 의제들에 비해 비교적 낮게 잡고 있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최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핵문제는 6자회담 당사국들이 함께 협의하고 해결해 나갈 사안이며, 상황의 진전을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튼튼한 기초로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6자회담에서 풀어나갈 사안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남북관계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북핵 6자회담을 총괄하고 있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정상회담 공식수행단에서 빠진 것도 이 같은 정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 소식통은 이와 관련,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정부가 정상회담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북핵 불능화 절차 및 내용에 대해 6자회담에서 당사국들이 합의한 내용을 김 위원장 입으로 직접 확인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관련한 정부 목표치가 상향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한 정부 소식통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불능화 이후 단계인 핵 폐기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거나, ‘언제까지 핵을 폐기하겠다’는 비핵화 일정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김 위원장의 공식 반응이 정상회담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전개할 수 있게 됐으며, 정치ㆍ군사적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도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북한은 기본적으로 핵 문제는 미국과 다룰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고, 향후 협상에서 지렛대로 계속 활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진전된 합의가 나올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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