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충격이 10일 아시아 증시를 또 다시 강타했다. 미국의 실물경제가 금융발 신용위기의 악영향을 받는 징후가 서서히 나타나는 데다 꿋꿋이 버텼던 중국 증시가 물가상승 부담 등으로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이번 주 증시는 여러모로 힘든 시기가 될 전망이다.
■ 서브프라임, 실물로 번지나
신호는 미국에서 왔다. 지난 주말 미국의 고용지표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고꾸라졌다. 결과는 ‘증가세 둔화’도 아닌 ‘감소’. 당초 10만명 증가를 점쳤던 8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 수는 오히려 2003년 이후 4년 만에 처음 줄어(4,000개) 들었다.
고용축소는 소비감소와 직결되는 지표여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7일 뉴욕증시와 유럽 주요국 증시가 2% 안팎의 급락세를 보인 데 이어 10일 아시아 증시도 한국(-2.60%) 일본(-2.22%) 대만(-0.89%) 등이 일제히 급락했다.
대우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지난 주말 미국 증시의 반응은 경제지표 부진을 금리인하 기회로 봤던 이전과 달리 실물경기 악화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원은 “경제 전반과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 설사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별다른 효과 없이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며 “이번 고용지표는 일단 이런 시나리오의 현실화 신호”라고 말했다.
■ ‘버팀목’ 중국도 조정?
중국 증시는 무서운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에도 ‘나홀로 상승’을 거듭하며 국내 증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증시가 미국보다 오히려 중국과 비슷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중국 증시도 당분간 시원찮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주형 연구원은 “이번 주 발표될 중국 경제지표 가운데 특히 소비자물가지수가 최근 1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한 7월(5.6%)보다 훨씬 높으리라는 예상이 높아 조만간 당국의 추가적인 금리인상까지 점쳐지고 있다”며 “너무 치솟아 부담스런 주가 수준과 긴축조치에 대한 우려감은 증시 조정으로 이어져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경기침체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김성봉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1990년대 미국이 신경제로 장기간 호황 국면을 누릴 때도 고용지표가 단기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본격적인 경기둔화 사이클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한국의 경제지표가 여전히 양호해 이번 주 주가가 출렁거리면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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