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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연봉 5천이 부럽지 않은 귀농 김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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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연봉 5천이 부럽지 않은 귀농 김태수

입력
2007.09.11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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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에게 열정이 없었더라면 그는 이름 없는 양치기였을 것이다.” <연봉 5천이 부럽지 않은 귀농> 을 쓴 농부 김태수(42ㆍ강원 춘천시 사북면 새낭골)씨는 허드렛 선전 문구 속 이데올로기의 해악을 아프게 지적한다. “열정은 칭기스칸 같은 사람들만의 것인가요? ”

그가 쓴 <연봉 5천이 부럽지 않은 귀농> 에는 귀농 7년차 농부의 현실과 상념이 녹아 있다. 그것은 말벌, 두꺼비, 꽃뱀과 공생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시간이었다. 2년 거치 18년 상환에 이율 3%인 농촌 공사 빚에 매달려야 한다는 현실과 맞부딪치는 일이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논을 가진 건 귀농 5년째. 힘들다고 다들 기피하는 쌀 농사에 달려들어 어렵사리 목돈을 마련한 것은 우리 쌀을 자기 손으로 지키자는 마음이 가장 컸다. 돈 빌려 땅값을 마련하는 것도 모자라, 23년간 피워 온 담배를 끊으라는 아내의 말에 토를 달 수도 없었다.

‘무당벌레’라는 그의 필명으로 씌어진 글이 대부분이지만, 더러 ‘풀잠자리’라는 이름도 보인다. 춘천계성학교 교사로 있는 아내 홍주원의 별명이다. 무당벌레의 현실론에 풀잠자리의 낭만이 한산모시마냥 촘촘히 짜여져 있는 책은 도시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꿈, 그 꿈과 현실이 부딪치는 현장의 기록이다.

도시의 삶은 사람을 격자의 틀에 가둔다. 그러나 그는 자연을 만난다. 대학 시절(한양대 중문과), MT때 강촌이나 대성리를 통해 어렴풋이 접한 북한강은 식구들과 함께 하는 겨울철 빙어낚시로 다가왔다. 노동후의 시간이기에 더욱 값졌다.

2006년 9월 김씨는 ‘무당벌레와 풀잠자리의 새낭골 농장’이라는 홈페이지(www.senang.co.kr)를 개설, 세상과의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직거래 판매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 덕이다.

가끔 경조사 때는 어쩔 수 없이 서울에 간다. 제일 싫은 것 중 하나가 돼버린 일이다. 몇 순배 돌아가고 난 뒤, 한 선배가 새까만 농꾼의 얼굴을 한 그에게 건네는 한마디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 “야, 여기서 니 얼굴이 제일 건강해 보인다. 부러워.”

그는 “일생 동안 많아야 40~50번밖에 짓지 못하는 농사를 이제 겨우 일곱번 지었을 뿐”이라며 “우리 부부의 경험과 과학적 유기 영농법이 더해져 지금보다 더 큰 농사꾼이 돼 있을 때쯤, 다음 책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이 남다른 것은 저자가 자부심을 재치 있게 드러내는 방식에도 있다. 홈페이지의 이름을 그대로 앞세운 명함이 본문 맨 앞에 시원스레 찍혀 있다. 도회 사람들에게 한 줄기 샘물을 공급할 표주박이기도 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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