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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이미지 벗고파…' 가리봉동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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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이미지 벗고파…' 가리봉동 변신은 무죄?

입력
2007.09.11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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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가 옛 구로공단의 이미지가 남은 가리봉동 지명을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대대로 쓰이던 지명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명분도 없고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로구는 4일 “개명을 통해 과거 구로공단의 회색이미지와 낙후ㆍ영세한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꿀 계획”이라며 “1만6,5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행정동 가리봉1,2동 주민의 80%이상이 법정동 명칭 변경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로구의 한 주민은 “굴뚝들이 연기를 내뿜던 구로공단은 기술집약적 최첨단 벤처단지 등으로 크게 변했지만, ‘공순이’, ‘쪽방촌’, ‘벌집촌’ 등의 이미지들이 덧씌워져 있다”며 개명을 반겼다.

또 가리봉동에서 18년째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모(65)씨는 “가리봉동에 산다고 하면 이상하게 여기는 것 같고, 그래서 그런지 부동산 값도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았다”며 개명에 찬성했다.

동명 개명으로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자치구와 해당 동이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다. 법정동이 바뀌면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본적, 주민등록, 인감, 지적, 병적, 등기부 등과 관계된 76가지 공부(公簿)를 정리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TF팀이 따로 꾸려져 몇 달은 해야 일”이라며 “엄청난 행정력이 소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 한 관계자는 “가리봉동이 있고 구로공단에서 열심히 일한 덕분에 오늘이 있는 것 아니냐”며 동명 개정을 반대했다. 대구 내환동(대흥동으로 바뀜)이나 파산동(호산동)처럼 부정적 의미를 연상시키는 것도 아닌데 바꿀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구로구 관계자는 “도시환경 정비사업에 따라 어차피 행정구역을 일제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 맞춰 하는 사업이라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16일까지 새 법정동명을 공모 받고 주민의견 수렴 후 구의회, 지명위원회 등의 의견을 청취한 뒤 의회 의결을 받아 시행할 방침이다. 동명칭 변경은 2005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50% 이상의 세대를 조사해 조사대상의 3분의 2이상이 찬성하면 개명할 수 있다.

가리봉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부터 사용됐으며 이 지역은 1949년 경기도 시흥군에 소속됐으나 63년 서울 영등포구에 편입되면서 가산동으로 바뀌었으나 1970년 다시 ‘가리봉동’으로 변경됐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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