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이 본경선에서 여론조사를 10% 반영하기로 함에 따라 이 경선룰이 누구에게 유리할지 주목된다. 모든 후보 진영이 불만에 가득찬 표정이지만 후보별로 어느 정도의 유ㆍ불리는 있어 보인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어쨌든 여론조사 반영을 주장해온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보다 다소 유리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의 전후까지를 모두 고려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동안 여론조사 50% 반영을 주장해 온 손 전 지사 측은 별다른 실익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분란의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직ㆍ간접적으로 입은 상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 전 의장 측이 "당 지도부가 특정 후보를 위해 야밤에 당헌을 개정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하지만 정작 손 전 지사측은 국민경선위원회가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당초 예상됐던 20%에서 10%로 후퇴한 데 대해 벙어리 냉가슴 앓는 듯한 상황이다.
캠프 측은 순회경선 마지막 주에 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한 데 대해서도 그 때까지 조직ㆍ동원선거를 허용하자는 것이냐며 불만이다. 손 전 지사가 "지역 경선이 다 끝난 뒤 형식적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여론조사" 운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전 의장 측은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범여권 지지도 1위 후보가 강력히 주장하는 만큼 여론조사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던 점에 비춰보면 그 영향력을 최소화한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캠프 내에선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경우 단 5%라도 그 영향력은 결정적일 수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여론조사 논란에 대한 접근법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찌감치 여론조사 도입을 원칙ㆍ합의의 위반으로 규정한 점, 경선 불참 가능성으로 긴장을 한층 고조시킨 뒤 대승적 결단을 내세워 상황을 정리한 점 등은 결과적으로 정 전 의장이 '통 큰 정치'를 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실질적인 이득은 친노(親盧) 후보들이 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선거인단 투표에선 물론이고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응집력 높은 친노 진영의 세 결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당초 여론조사 반영 불가를 주장하던 이해찬 전 총리 측이 국경위 결정 과정에서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도 마찬가지 이유로 해석된다. 휴대폰 투표를 전면 도입한 것을 두고서는 유시민 의원 측과 한명숙 전 총리 측이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후보들의 유ㆍ불리 주장에 대해 국경위 핵심 관계자는 10%의 의미를 "여론조사를 도입은 하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도록 절충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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