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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잠 못드는 밤] 여친 화 푸는 딸기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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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잠 못드는 밤] 여친 화 푸는 딸기케이크

입력
2007.09.1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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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공기가 맑은 한가로운 저녁. 그녀와 약속한 시간으로부터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났다. ‘미안! 커피한잔 마시면서 조금만 기다려요.’ 무책임한 문자만 날려댈 뿐 어찌할 도리가 없다. 좀처럼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시간은 점점 더디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몇 분이 더 지났을까. “수고 하셨습니다”라는 스태프들의 단체 구호가 오늘 따라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시계가 9시 30분을 가리킬 때쯤 전쟁 같은 촬영도 말끔히 끝을 보게 되었다.

허겁지겁 약속 장소로 달려가는데 어찌나 길은 막히고, 사람도 많은지. 대형 빗자루가 있으면 확 쓸어버리고 싶다는 무식한(?) 상상까지 하게 된다. 심장이 턱 막히고 매스꺼운 게 어디로든 딱 증발하고 싶은 마음 뿐. 이럴 때 일수록 더욱 당당하고 떳떳하게! 헉, 그런데 멀리서도 한눈에도 느껴지는 그녀의 살벌한 표정이라니! “미안해. 일이 자꾸 늦어지는 바람….” “화났구나, 배고프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그런데 대학생이 참 많네. 대학로인가.” 괜히 부산스럽게 조잘대면서 썰렁한 유머를 날려보지만 싸늘한 그녀의 표정에는 작은 변화도 없다.

꽤나 늦은 저녁임에도 음식점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서둘러 제일 맛있어 보이는 스시를 골라 주문을 하고 별 다른 말 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왜 맛없어?” “아니 배가 안 고파서. 오빠, 나 지금 집에 들어가도 돼?” “뭐, 지금? 아직도 화 안 풀린 거야?” “아니, 원래 일찍 들어가려고 했거든. 집에 있는 ‘망치’ 밥도 줘야 하고.” “뭐? 갑자기 웬 개 밥?” 얼토당토않은 개 밥 이야기로 화제가 흐르면서 이러쿵저러쿵 말도 안 되는 말싸움이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져 씁쓸하게 데이트는 끝이 났다.

집에 돌아오는 길, 미안했던 마음도 잊은 채 그녀의 속 좁은 행동에 화만 났다. 나도 피곤하고 힘든데 오늘따라 왜 그렇게 속 좁게 구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마음이 무거우니 발걸음도 한층 더 무거웠다. 휴대전화 문자가 울리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섰다. “오빠, 나 오늘 생일인데….” 젠장! 이 죽일 놈의 건망증, 아니 무관심. 하늘이 노랗다. 무조건 비는 수밖에. 조금만 기다려, 오늘 밤 너의 마음을 녹일 생크림 듬뿍 올린 딸기 케이크를 만들며 나의 무심함을 깊이 사죄 할게.

딸기에는 비타민 C가 많아 여러 가지 호르몬을 조정하는 부신피질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머리를 가볍게 한다. 딸기는 과일 중에서 비타민C의 함량이 가장 높아 귤보다 1.5배 사과보다는 10배가 더 많다.

결국 딸기 5, 6알이면 하루 필요한 비타민C를 모두 섭취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새콤달콤함으로 무장해 스트레스 해소와 피로 회복 등에 효과적인, 한마디로 화난(?) 여성에게 좋은 과일이 딸기인 셈이다.

달걀 3개, 설탕 80g, 박력분 95g, 버터 20g,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바닐라향 1큰술, 우유 1컵, 케이크 원형 틀 24cm 1개, 짤주머니 1개, 생크림 300g, 설탕 적당량, 딸기 4개, 검은깨 약간, 스타레인보우가루(장식가루) 1큰술

1. 볼에 달걀을 깨뜨려 넣고 풀어 설탕을 나누어 넣으면서 잘 저은 후 바닐라 에센스와 밀

가루를 체에 쳐 넣어 반죽한다.

2. 버터를 중탕해서 녹인 후 우유를 붓고 섞어 1의 반죽에 넣어 잘 섞는다.

3. 2의 반죽을 케이크 틀에 고루 부어 150도로 30분간 오븐에 굽는다.

4. 볼에 생크림, 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저어 단단하게 휘핑한다.

5. 3의 케이크시트를 꺼내어 가로로 둥글게 2등분하여 자른다.

6. 5의 케이크 시트 사이에 4의 생크림을 고루 바르고 샌드한 후 겉에도 듬뿍 발라준다.

7. 딸기는 깨끗이 씻어 6의 케이크 위에 올리고 남은 생크림은 짤주머니에 넣어 딸기 위와 케이크주변에 둥글게 모양을 내어 짜낸다.

8. 7의 모양 낸 생크림 위에 장식용 스타레인보우가루와 검은깨로 모양을 낸다.

글ㆍ사진 박용일 푸드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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