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전력 소비량이 세계 최고일 정도로 에너지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기준 전력 소비량은 미국과 일본의 약 2배, 독일이나 영국의 3배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량은 1인당 7,028㎾h로 일본(7,562㎾h)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GDP 1,000달러 당 전력 소비량은 497㎾h로 일본(209㎾h)이나 미국(311㎾h), 영국(160㎾h)보다 월등히 높다.
추위가 심하고 수력발전이 많아 전력요금이 싼 북구의 노르웨이나 핀란드는 1인당 전력 소비량이 각각 2만3,928㎾h, 1만5,901㎾h로 우리나라보다 많지만 GDP를 기준으로 따지면 오히려 적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승훈 교수는 “경제규모로 보면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량이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는 뜻”이라며 “전력 낭비적 경제구조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전력 사용량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대 전력 사용량은 1995년 2,987만㎾에서 2000년 4,200만㎾, 2005년 5,463만㎾로 계속 급증한 끝에 올해 들어 사상 처음 6,000만㎾를 넘겼다. 10년 새 2배나 늘어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전력 낭비의 주원인에 대해 전력 시장의 경쟁이 불완전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전력시장은 한국전력의 발전 부문을 6개 회사로 분리해 전력 공급에서는 경쟁체제를 도입했지만, 수요에서는 독점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요와 공급 사이의 경쟁을 통한 가격 형성이 이뤄지지 않고 전력생산비용을 토대로 가격이 매겨지며, 소비자가 사용하는 전기요금은 물가와 연동된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의 전기요금으로 산업체와 가정이 모두 전력 절감의 압박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개선방안에 대해 “송전망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대규모 독점체제를 유지하되, 전력 공급과 판매는 완전 분리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전력의 공공성, 가격인상 부담 등의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이 교수는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전기요금이 시간대별로 다르게 형성될 것이고, 생산자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노력을, 소비자 입장에선 소비 절약 노력을 유발해 평균적으론 현재의 규제요금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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