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40대 남성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로나민 골드’라고 대답하면 꼭 틀린 말일까.
이준익 감독의 새 영화 <즐거운 인생> 은 자양강장제 몇 알이 유일한 위안인 40대에게 들려주는 젊은 날의 응원가다. 마흔 줄에 접어든 아버지들이 밴드를 통해 스무 살의 열정을 되찾는다는, 새로울 것 없는 중년의 판타지. 그러나 이준익 감독의 능력은 이 진부한 에피소드에 광을 낼 줄 아는 데 있다. 즐거운>
“좀, 살자”고 말하는 아내에게 철없는 가장은 이렇게 말한다. “너도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 애들이 다야?”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이 말이 얼마나 내뱉기 힘든지 알기에, 이 영화를 통한 대리만족은 더 크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만성 소화불량을 안고 사는 40대들을 위한 ‘까스 활명수’다.
그러니 리얼리티가 있니 없니 따지는 것은 이 영화 앞에서 좀 쩨쩨하다. 백수로, 대리운전 기사로, 기러기 아빠로 살아야 하는 이 땅의 40대들이 하루쯤 ‘불놀이야’를 부르는 환상에 젖어 든들, 뭐 그리 나무랄 일일까. 13일 개봉. 전체 관람가.
유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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