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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음감 소유자의 현란한 원맨쇼…"80년대 디스코같은 대중적 음악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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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음감 소유자의 현란한 원맨쇼…"80년대 디스코같은 대중적 음악 담았죠"

입력
2007.09.0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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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 한창이던 8월 중순,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UCC 게시판에 어느 뮤지션이 직접 제작해 올린 연주 동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혼자서 랩과 기타, 키드럼(드럼의 소리를 키보드에 입력한 건반악기), 신디사이저, 베이스를 연주하는 1인 5역의 현란한 화면이 네티즌의 호기심을 끌었다. 직접 작곡했다는 음악의 수준이 비범하다는 평도 더해져 “이 낯선 연주가가 도대체 누군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쏟아졌다.

세련된 그루브, R&B 사운드에 감기는 펑크로 2004년 ‘한국 팝의 전위’라는 평을 받았던 듀오 ‘얼바노(URBANO)’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이 동영상의 주인공이 다름아닌 얼바노의 멤버였던 전영진(29)이라는 사실을 어렵잖게 눈치챘을 것이다.

도시적인 흑인음악을 내세우며 ‘뉴 스쿨 펑크’ 라는 색다른 장르를 소개했던 얼바노의 전영진이 3년의 공백을 깨고 최근 첫 솔로앨범을 냈다. 앨범의 컨셉이 독특하다. 제목은 . 모든 것을 하나로 묶었다는 의미로 주로 우리에겐 여성 속옷의 일종으로 알려진 단어. 전영진이 보컬은 물론 작ㆍ편곡, 프로듀서, 연주, 믹싱 등 무려 1인 12역을 해내 만든 앨범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1980년대 말 풍부한 사운드를 앞세웠던 디스코 펑크를 연상시키는 음악으로 돌아온 전영진을 서울 영등포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얼바노의 음악을 기억하는 대중은 아쉽게도 현재 음악을 소비하는 주류가 아니다. 마치 영화촬영장의 소품처럼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 음악을 즐기는데 그쳐야 하는 요즘, 한국에서 음악하기 어렵기는 다른 가수들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영진의 음악도 변했다. 얼바노보다 쉬워졌고 조금은 대중적으로 벼려졌다.

타이틀로 내세운 트랙 3의 ‘널 사랑해’는 그 어떤 초심자라도 듣기 수월할 정도다. 전영진은“얼바노 때 연주한 음악이 R&B와 펑크를 조합한 당시 트렌드에 맞춘 음악인 반면 이번 앨범은 팝과 일렉트로닉이 적절히 섞인, 디지털 음악이 전면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던 80년대 말 디스코를 연상시키는 시원시원하고 보다 대중적인 음악으로 꾸렸습니다”라고 자신의 앨범을 설명한다.

아티스트의 존재는 창작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지만 인스턴트식 찰나 문화가 앞서는 요즘, 대중의 시선은 전영진의 현란한 원맨 밴드 실력에 먼저 머물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각종 악기의 연주를 해내고 작곡, 작사, 노래, 프로듀싱 등 앨범 제작 전반의 일을 감당한 원맨쇼를 한 이유가 뭘까. “음반을 만들 때 여러 사람이 복잡한 의사를 교환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원맨 밴드의 장점입니다. 물론 인건비가 적게 들어 비용 절감의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프로듀서인 나 자신이 구상하고 완성을 기대하는 음악에 가장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는 정규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대학원까지 국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문학도이다. 일반 회사에서 홍보 담당 일을 하고 인터넷업체의 게임음악 제작에 몸을 담았을 정도로 평범한 이력이다. 그런 그가 원맨 앨범을 만들고 조PD, JK김동욱, 전제덕 등 뮤지션의 음반작업에 작곡 및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내공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절대음감 덕분이다.

굴착기 소리, 지하철이 궤도를 달리는 소리 등 일상의 모든 음을 바로 악보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절대음감을 소유한 덕분에 그는 피아노에서 키드럼까지 각각의 악기 연주를 쉽게 마스터했다. “절대음감이 음악을 만드는데 분명히 큰 도움이 됐지만 전부는 아니죠. 록 음악에 빠져있던 고교 시절부터 해온 습작과 데모작업, 끊임없는 녹음이 결실로 맺어진 게 이번 앨범입니다.”

어쓰 윈드 앤 파이어의 ‘September’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앨범은 재즈, 발라드만 편식하기 쉬운 가을철 음악 팬에게 시원한 청량제다. 위축된 가요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급조된 보수적인 음반들에 귀가 지쳤다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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