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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 밀리언달러 시대/ <상> 미술시장 '즐거운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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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 밀리언달러 시대/ <상> 미술시장 '즐거운 비명'

입력
2007.09.0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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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에 9월 ‘경매 대전(大戰)’이 시작됐다. 그림값이 10억원을 넘는 ‘밀리언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펄펄 끓기 시작한 미술 경매시장에 사상 최대 물량인 2,000여점의 작품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서울옥션과 K옥션이 주도하던 경매시장에 최근 세 곳이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림 대기 바쁜 화랑들은 팔 그림이 모자란다고 비명을 지른다.

지난달 28일 밤 M옥션의 첫 경매가 실시된 대구MBC 1층 스튜디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인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가 전화 응찰자에 의해 8억1,000만원에 낙찰되자 장내에선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추정가 3억8,000만~6억원에 나온 이 그림의 낙찰 여부는 지방 미술시장의 구매력을 가늠하는 잣대였기 때문.

대구MBC가 서울의 K옥션과 업무 조인해 출범한 M옥션은 출품작 149점 중 140점을 팔며 93.96%의 낙찰율로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렀다. 이우환을 비롯해 이대원, 김종학, 김창열 등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이 서울 경매와 큰 가격차 없이 모두 낙찰됐다.

M옥션에 이어 서울 청담동에 둥지를 튼 D옥션도 4일 오후 첫 경매를 실시했다. 서울 강남권을 겨냥해 가구수입업체 엠포리아의 정연석 대표가 만든 D옥션은 ‘해외 미술작품 소개’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며 첫 경매에 샤갈의 ‘오렌지색 조끼를 입은 화가’(추정가 7억8,000~10억원), 로댕의 ‘키스’(7~10억원), 라울 뒤피의 ‘붉고 푸른 퀸텟’(7억~9억원), 르누아르의 ‘핑크색 블라우스를 입은 안드레’(5억8,000만~9억원) 등을 내놨다.

한국미술협회 소속 작가들이 주축이 된 오픈옥션도 소위 ‘인기작가’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던 작가들을 시장에 소개한다는 전략 하에 11월 1일 첫 경매를 추진 중이다.

신생 경매회사들에 맞서 터줏대감격인 서울옥션은 삼성동 코엑스로 장소를 옮겨 15, 16일 진행하는 108회 메이저 경매에 무려 1,300점을 쏟아내며 ‘물량 공세’로 응수한다. 이우환 이대원 김종학 오치균 사석원 등 국내 인기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세계 미술시장에서 최고가 기록 경신 릴레이를 펼치고 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유화 두 점(각각 추정가 30~35억원, 20억~25억원)과 앤디 워홀의 ‘마오’(20억~27억원) 등도 선보인다.

K옥션은 청담동으로 사옥을 옮겨 18, 19일 450여점에 대한 메이저 경매를 실시한다. 이틀간 경매를 실시하기는 처음으로, 세계 미술계의 스타 데미안 허스트,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시장이 다각화하면서 ‘묻지마 미술투기’의 리스크도 커졌다. 함량 미달의 작품이나 위작들이 시장에 유입돼도 일반 투자자는 가려내기 어려운 데다 인기작가의 작품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범작과 수작을 구분하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 작가들의 작품이 속속 국내 시장에 소개되면서 경매사가 비싸게 작품을 사다 더 비싸게 파는 보따리상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구매자들이 작품가격의 적정성, 진품 여부 등을 더욱 꼼꼼하고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시장의 분위기에 편승해 작가 이름만 보고 작품을 샀다가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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