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친분이 있는 한림토건 대표 김상진(42)씨가 연산동 재건축사업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은 1군 대형 건설업체 P사의 시공 참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져 P사의 시공 참여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건축사업 시행사인 김씨 소유의 ㈜일건은 주택사업 실적이 거의 없는 신생사였다. 또 재건축 사업 추진 당시 지역 주택시장은 크게 위축돼 있었다. 더구나 김씨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았던 다른 1군 건설업체들은 하나 같이 사업성이 없다고 포기했다. 이 때문에 P사의 사업 참여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연산동 재건축사업의 토지신탁업무를 대행한 ㈜대한토지신탁 등 금융권에 따르면 ㈜일건이 2곳의 시중은행으로부터 사업자금 2,650억원을 대출 받을 수 있었던 것은 P사가 시공사로 참여해 채무인수조건으로 보증을 했기 때문이다.
채무인수조건은 “㈜일건의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관련 채무를 모두 인수하겠다”는 의사표시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으로서는 대출금을 떼일 위험이 없다. 채권 우선순위도 대출을 해 준 은행이 1순위, P사가 2순위다.
대출 은행측은 “P사의 신용도가 워낙 좋은데다 채무인수조건이어서 대출을 승인했다”고 밝혀 P사의 시공 참여가 대출에 결정적 요인이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나 김씨가 이 사업을 위해 2005년 4월 설립한 ㈜일건은 자본금이 3억원에 불과하고 지난해 매출실적이 전혀 없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당시는 부산 지역 주택시장이 침체돼 신규 아파트의 미분양이 속출, 일부 업체의 부도설까지 나돌 정도였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규모 주택건설사업 추진은 위험 부담이 많았다.
실제 사업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던 김씨는 사업제안서를 갖고 1군 건설업체들을 두루 찾아 다니며 시공 참여를 부탁했으나 거절 당했다.
그러나 2005년 11월 김씨의 제안을 받은 P사는 7개월만인 지난해 6월 이 사업 시공 참여를 전격 결정했다. 이 시기는 지난해 1월부터 225억원을 투자했다가 김씨로부터 사기를 당한 재향군인회가 이 사업을 포기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1군 건설업체가 선뜻 시공사로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P사 관계자는 “간혹 주택사업 시행과 관련된 청탁이 들어오지만 연산동 사업은 대상 부지가 온천천변에 인접해 조망권이 뛰어나고 교육환경도 좋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 시공약정을 맺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업제안을 받았던 다른 1군 건설업체 관계자는 “부지는 괜찮았지만 사업계획이 초고층 주상복합형 등이어서 주변 여건과 맞지 않았고 땅값과 공사비 등을 감안할 때 분양가가 너무 높아 사업성이 없다고 보고 거부했다”고 말했다.
부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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