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교육인적자원부의 ‘내신 제재’ 방침에 대학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교육부가 2008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내신실질반영률을 30% 미만으로 정한 대학에 대해 행ㆍ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히자 해당 대학들은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주요 대학 중 가장 낮은 내신실질반영률을 결정한 고려대를 비롯, 연세대 한양대 등 20%대 반영률 대학들은 “제재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발표한 반영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럴 경우 제재를 강행하려는 교육부와 주요 대학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6월에 이어 ‘2차 내신 전쟁’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 주요 대학 반발
주요 대학들은 교육부의 발표에 반발했다. 교육부 제재와 상관없이 기존 내신반영률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전형 일정상 정시모집까지의 시간이 촉박해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성재호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정부와 대학의 고민을 담아 최대한 도출한 결과라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17.96%로 최저 내신반영률을 채택한 고려대는 “교육부가 일관성을 잃었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내신실질반영률과 관련해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게 불과 2달 전이었다”며 “교육부의 말 바꾸기에 일일이 대응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박 처장은 “학교 공신력이 가장 중요한 문제여서 (반영률)변경은 불가능하다”며 “행ㆍ재정적 제재를 한다고 바꿀 계획이 없으며 바꿔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23.50%(인문계열 기준)의 반영률을 결정한 이화여대 황규호 입학처장도 “6, 7월 한창 시끄러울 때 (내신실질반영률 문제는) 모두 정리된 것 아니냐”며 “교육부가 왜 이렇게 나오는 지 답답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발 속에 일부 대학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2008 대입 최종 전형결과가 나오는 내년 2월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 있는데다 명확한 제재기준과 방안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용 연세대 입학처장은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해 내신반영률을 정했으니 교육부의 조치를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장훈 중앙대 입학처장은 “수시 2학기 모집 등에 전념하느라 정부 방침에 신경 쓸 겨를도 없다”고 전했다.
■ 일관성 잃은 정책 도마에
교육부의 제재 방침에 대해 교육단체와 학부모 단체 등은 “시기와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7월 김 부총리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하는 방침을 정시모집 2개월을 앞두고 발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교육현장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내신을 많이 반영하는데 동의는 하지만 대학의 자율성도 함께 존중해줘야 한다”며 “인위적인 통제나 규제로는 내신 갈등을 해결할 수 없으며, 불필요한 마찰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대학들의 편법적 내신반영률 줄이기에 대한 비판도 함께 일고 있다.
20%대 반영률 대학 뿐 아니라 30%대 내신반영률을 제시한 대학들도 등급간 점수를 낮춰 사실상 내신을 무력화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이선 참교육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오락가락하는 교육부도 문제지만 고교 3년 교육 과정을 무시하려는 주요 대학들의 횡포도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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