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측이 “당권,대권 분리라는 당헌 정신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나서 이명박 후보측과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시절 집권 실패가 대선 후보자에 과도한 힘이 쏠렸기 때문이라고 보는 한나라당은 2005년 개정 당헌에 당권 대권 분리 원칙을 금과옥조처럼 담아 뒀다. 하지만 이 같은 정신이 최근 사무총장 인사 등에서 훼손되고 있다는 게 박 전 대표측 생각이다.
박 전 대표측 김무성 의원은 4일 “당헌의 정신은 당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되 후보가 당무 전반에 관여할 통로를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그런데 이 같은 이 당헌의 취지가 최근 당이 대선후보에 의해 접수되는 것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박 전 대표측 인사는 “박 전 대표는 당권 대권 분리를 철저히 지켰고, 결국 경선 패배의 한 원인도 됐다”며 “그런데 이 후보측이 경선에서 이기자마자 이 원칙부터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최근 당무 등에서 강재섭 대표가 사라지고 이 후보가 주도하는 모양새에 대한 견제심리 때문이다. 박 전 대표측 지분이 보장되지 않은 데 대한 우회적 불만 표시이기도 하다. 아울러 향후 선대위 구성 등에서 이 후보측 독주를 막고 박 전 대표측의 활동공간을 넓힘으로써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두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후보측은 “대선후보의 당무 우선권은 당헌 당규에서 보장하고 있다”며 “당권 대권 분리는 대통령이 됐을 때 당무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지 대선후보에게 당무에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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