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후견인 격인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후보를 마음에 두고 있을까. 과연 두 사람이 공통으로 지지하는 후보가 있을까.
그간 범 여권 대선주자들은 경선출마를 전후해 앞다퉈 동교동을 방문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특정 인사를 두둔하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도 친노 계열 후보군에 대한 애정표시는 해왔지만 특정후보에 무게를 싣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간의 발언을 모아보면 희미하게나마 호불호 윤곽이 그려진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대통합 과정에서 우리당이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청산할 것은 청산했어야 했다”며 “그렇게 했으면 국민들 마음 속 응어리가 풀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친노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민주당 분당과 대북 송금 특검에 대한 감정도 좋지않지만 무엇보다 민심을 잃은 친노 세력의 후보로는 승산이 없다는 게 김 전 대통령의 생각인 듯 하다.
그렇다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나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에게 마음이 쏠린다는 얘기가 된다. 손 전 지사에게는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설훈 전 의원이 가 있고, 정 전 의장에게는 호남출신 의원의 상당수가 모여있다. 손 전 지사와 정 전 의장은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충실한 계승자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노 대통령은 손 전 지사에게는 공개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했고, 정 전 의장에게도 ‘구태정치’라고 수 차례 공격했다. 반대로,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는 지난달 25일 “이해찬 전 총리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노심은 이 전 총리가 아니냐는 시각이 무성하다.
일각에는 김 전 대통령이 평소 호남과 충청ㆍ수도권을 엮는 서부벨트 복원을 강조한 점을 들어 그 역시 충남출신으로 호남이 텃밭인 평민당을 통해 정계 입문해 서울에서 내리 5선을 한 이 전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 전 총리는 3일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이 나를 적임자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랜 시간 함께 일했기 때문에 이심전심으로 그런 마음을 가진다”고 말했다.
동교동계인 배기선 의원과 친노 인사인 이치범 전 환경부장관 및 전직 청와대 비서관 상당수가 이 전 총리 캠프에 합류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은 승리 가능성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혹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있더라도, 내색하지 않고 예비경선과 본 경선과정을 지켜본 뒤 살아 남는 후보를 전폭 지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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