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등 상당수 다중이용 시설이 여전히 불에 잘 타는 마감재 등을 사용, 대형사고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9년 6월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 당시 23명이 유독 가스에 질식해 숨진 이후 정부는 잘 타지 않는 내화구조나 난연(難燃) 단열재를 쓰도록 의무화 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4일 가짜 난연 자재로 학교와 스포츠 센터, 장례식장, 공장 등을 지어 온 시공업체, 감리업체 관계자 등 152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이중 샌드위치 패널(판넬ㆍ내부 마감용 단열보온재) 제조업체 Y사 대표 최모(43)씨 등 2명에 대해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가짜 자재를 납품 받은 시공업체 관계자 등 15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Y사 등 8개 업체는 진짜 난연 판넬(㎡당 1만6,000원)보다 6,000원 정도 싼 가짜를 공급해 왔으며 이러한 수법으로 모두 1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난연 판넬은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학교와 스포츠타운 장례식장 등 80곳에 사용됐다.
건축법상 다중이용시설과 공장 등 산업용 시설에는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난연 내부마감재를 사용토록 돼 있는데, 적발된 업체들은 정품 시료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의 난연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지자체가 현장 조사를 나가도 이미 마감을 끝낸 상태라 겉으로 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왔다”며 “적발이 돼도 처벌 규정이 없어 난연 내부마감재 중 80∼90%는 가짜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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