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4일 아프간 인질사태 해결과정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의 현지 활동 등이 언론에 노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적절한 시기에 국정원을 방문해 격려와 함께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해달라는 것을 당부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을 향한 비판여론에 대한 정면 반박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정원 업무가 무조건 공개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국정원이)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과 이후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비밀을 보호하는 것이지, 그 이상 숨길 수 없고 국민에게 알리는 것을 막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의 많은 프로젝트는 철저히 비밀이 잘 지켜지고 있다”며 “국회에서 낱낱이 보고하고 국회의원이 보고 받은 것을 다 공개해버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국회에 화살을 돌렸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은 이번에도 목숨을 건 기여를 했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일견 일리가 있는 듯 들리지만, 비판의 논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 또한 무성하다.
문제는 단지 국정원 업무가 공개됐다는 점이 아니라 국정원장의 소재와 동선이 노출됐고, 그것도 모자라 보도자료를 내는 등 자화자찬을 했다는 사실이다.
언론은 혹시 이로 인해 일어날지도 모르는 국가정보기관 수장에 대한 불상사를 우려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으면서도 그것을 자랑하는 경망스러운 행태를 비판했는데 노 대통령은 막연히 공개, 비공개 문제로 접근했다.
노 대통령 말대로 국정원이 잘못한 게 없다면, 국가대사가 마무리될 때마다 해당 부처가 국민에게 그렇게 공치사를 해도 무방하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이번에 못지않은 수고를 한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한 마디 말이 없다.
일각에는 노 대통령이 평소 싫어하는 일부 언론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상황을 찬찬히 따져보지도 않고 반발부터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이 1시간 동안 통일부와 건설교통부 등으로부터 부처 보고를 받은 뒤 오전 10시30분께 ‘허리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퇴장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허리불편은 사실이지만 특별히 다른 때에 비해 더 심각하다거나 활동에 지장받고 있다거나 하지는 않다"며 "앞으로 활동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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