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전무가 2일 독일 베를린의 영상음향가전쇼 IFA에서 자동차용 오디오ㆍ비디오(AV)에 관심을 표명한 것이 자동차 업계에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기업과 정보기술(IT)기업간 짝짓기가 유행하는 가운데 문제의 발언이 나온 탓이다.
그런데 이 전무가 베를린에서 AV에 관심을 보이던 시기, 세계의 눈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바로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과 애플 스티브 잡스 회장의 만남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은 최근 수 차례 만나 아이디어를 나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빈터콘 회장이 미 캘리포니아로 스티브 잡스를 찾아갔고, 두 사람은 이번 주에도 계속 만나 대화할 예정이다.
대화의 주제는 ‘아이카(iCAR)’로 불리는 차세대 첨단자동차. 아이카는 사무실과 오락을 네 바퀴 위에 구현, 일과 개인생활의 경계를 없앤 자동차 통합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단지 애플의 첨단제품을 장착한 업그레이드 형태가 아닌 전혀 새로운 디자인을 띨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 사람은 이를 위해 디자인과 기술에 대한 수십 개의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빈터콘 회장은 아이카 개념을 통해 소형차인 비틀 타입의 일반 대중을 위한 저가형 차량의 부활을 계획 중이다.
딱정벌레 ‘비틀’은 나치시절 아돌프 히틀러의 지시로 폭스바겐이 개발한 국민차. 폭스바겐이 새로 선보일 뉴 비틀은 외양이 단순하면서도 기능은 뛰어난 슈퍼 카의 성능을 지니게 된다.
또 환경과 에너지가 이슈인 지금 시대에 어울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소비자 가격은 8,200달러 정도로 저렴하게 책정될 전망이다.
아이포드(iPod)와 아이폰(iPhone)으로 일반 통근자들과 비즈니스맨의 삶을 바꾼 애플은 아이카 개발로 IT의 새로운 시장 개척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잡스 회장은 31년 전 폭스바겐의 미니버스 ‘불리(BULLI)’를 판 돈으로 창고에서 애플을 창업해 폭스바겐과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 아이포드로 부활한 잡스가 아이카로 비상을 계속할지도 업계의 관심이다.
두 사람의 아이카 개발에 자극제가 된 것은 라이벌인 포드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협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드는 ‘싱크(SYNC)’라는 이름의 차량 내부통신 및 오락시스템을 올 가을에 395달러에 선보일 예정이다. 싱크는 음성인식을 이용해 디지털 음악을 틀고 문자메시지를 읽어준다.
BMW 또한 인텔과 함께 이동사무실 기능을 갖춘 BMW7 시리즈를 개발 중인데, 여기에는 운전자가 무선 랜에 접속해 프린터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이 부가될 예정이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가 IT기업에 접근하는 이유는 전자 편의장치가 자동차 판매에 핵심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역시 새 시장 개척을 위해 자동차 업체와의 합종연횡에 적극적이다.
폭스바겐은 애플 외에도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 세계적 그래픽카드 업체 엔디비아와 3D차량 내비게이션의 공동 개발에 나섰다.
애플도 아이포드 내장 등을 위해 포드 GM 마즈다와 공동작업을 해왔고 BMW는 아이포드 내장형 차량을 출시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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