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3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친인척들에 대한 재산검증 관련 해명자료를 내고 정치 사찰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해명자료는 재산검증 보고서 작성 경위 등 핵심 논란거리는 빼놓은 채 원론적인 답변으로만 채워져 의혹을 잠재우기는커녕 증폭시키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보고서는 왜 언급 안했나?
국세청은 해명 자료에서 이 후보 재산검증 보고서와 관련된 내용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A4 용지 4매 정도 분량의 보고서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후보일 수 있다는 의심은 들지만 물증은 없으며 나머지 부동산 차명은닉 의혹은 사실이 아닌 듯 하다”는 등의 내용은 물론 향후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국세청의 이 후보 관련자료 조회에 대한 수사결과 자료 유출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과세 자료, 부동산 관련 자료 등 원자료를 의미할 뿐이지 보고서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보고서는 자료 입수자의 신원이 기록되지 않고 복사본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어 유출에 따른 부담이 훨씬 적다. 검찰도 이 점에 주목, 현재 보고서 입수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전군표 국세청장이 3일 “보고서는 존재하며 나도 본 적이 있다”고 밝혀 궁금증이 커지는 상황인데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9월25일 집중 조회한 것 아닌가?
지난해 9월25일의 조회가 특히 의심을 받는 것은 조회 대상자수와 자료의 방대함 때문이다. 국세청과 검찰에 따르면 국세청이 지난 6년 7개월 동안 조회한 이 후보 관련자들은 11명이다. 국세청이 지난해 9월25일 하루에 조회한 이 후보와 친인척의 숫자 역시 11명이다. 6년 7개월 동안 나눠 조회했던 대상자들을 이날 하루에 모두 조회했다는 얘기다.
조회 대상자가 11명이고 조회 대상 자료들이 10여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9월25일의 조회 건수는 6년 7개월간의 총 조회 건수 79회 중 상당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은 구체적인 시점별 조회 건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6년 7개월 동안 79회’라는 모호한 숫자로 9월25일의 집중 조회 사실을 묻어버리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적 의미 알면서 왜 뒤졌나?
국세청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2007년 4월부터 대선 후보자로 거론되는 정치인과 그 가족의 전산자료 조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했다”고 명시했다. 예비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재산 조회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불과 반년 전에 광범위한 재산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통상적 업무였다”고 해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밖에 한나라당 의원들의 7월 방문 당시 “2006년 이후 이 후보 관련 조회 사실이 없었다”고 했다가 3일 “불법적 조회가 없었다는 의미”라고 말을 바꾼 것도 군색하다는 지적이다. “검찰 수사 결과 위법, 부당한 개인적 사용이나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라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까지 해명자료에 포함시킨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검찰은 4일에도 “국세청의 일부 조회 내역과 관련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