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한, 하나에 이어 국민은행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언급함으로써 본격적인 '금융그룹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국내에 금융지주회사가 처음 선보인 것은 2001년4월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출범. 그러나 말이 금융지주회사이지, 은행의 외연을 좀 더 확대한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2009년)되고 방카슈랑스가 전면 도입(2008년4월)돼 금융의 칸막이가 허물어지면, 어떤 금융그룹이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구축해 자회사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느냐에 성패가 갈릴 수 밖에 없다.
금융 분야 증권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를 중심으로 '빅4' 금융그룹 경쟁 구도와 각각의 장단점을 전망해 봤다.
신한=리딩 금융그룹?
이인호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3일 창립 6주년을 맞은 기념사에서 "외부 전문가들은 신한그룹이 향후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며 "이제는 신한그룹이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대부분 애널리스트들은 금융그룹 경쟁에서 신한의 손을 들어 준다. 무엇보다 국내 최대 카드사인 LG카드를 인수함으로써 자회사 포트폴리오 구성이 짜임새가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은행(신한 제주) 카드(LG 신한) 증권(굿모닝신한) 보험(신한 SH&C) 캐피탈(신한) 자산운용(SH 신한BNP파리바) 등 금융 전 분야에서 탄탄한 망을 갖췄다.
"신한지주 쪽이 워낙 다각화가 잘 돼 있어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 (김재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지금 상태로는 사업 모델을 가장 잘 짜 놓은 신한지주에 경쟁력이 있다"(구용욱 대우증권 수석연구원)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17년 간 '신한호(號)'를 이끌어온 라응찬 회장을 정점으로 한 탄탄한 팀웍도 강점이다.
하지만 자회사들의 경쟁력에는 아직 물음표가 달려 있고, 자회사간 시너지 효과 창출도 현재까지는 미미하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부장은 "은행, 카드를 제외한 비은행 부문 자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신한지주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심기일전
국민+주택합병이후 6년간 '국내 최대 은행'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온 국민은행 내부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미 규모면에서도 우리은행, 신한은행이 턱밑까지 쫓아온 상태다. 지주사 체제를 선택한 것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물론 국민은행의 위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금융그룹을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은행이기 때문에 경쟁구도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단지 시기적으로 늦었을 뿐 증권사 인수 후 지주사 전환을 한다면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경쟁에서 크게 뒤쳐질 요인은 없다"고 평가한다.
관건은 외환은행 인수다. 삼성증권 김 수석연구원은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면 비은행 부문에서 신한이나 우리금융에 뒤쳐진다고 해도 규모의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하나의 도전
우리금융지주는 한미캐피탈 인수에 이어 LIG생명 인수까지 추진하며 의욕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드부문의 열세도 크게 만회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부가 최대주주(78%)로 경영권에 간여하고 있는 것은 향후 공격적 영업에 근본적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또 국내 최대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음에도, 보유지분이 미미(30.6%)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하나대투증권 한 부장은 "신한지주의 경우 100% 자회사인 굿모닝신한증권을 적극 지원할 수 있지만, 우리지주는 공격적 지원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대투증권의 이름을 하나대투증권으로 바꾸고 하나증권을 IB업무에 주력하는 HFG IB증권으로 탈바꿈시켰다. 규모에서의 열세를 증권 부문 강화로 만회해 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은행 부문에서 기업은행에 4위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빅3'와의 경쟁은 버겨워 보인다. 심규선 CJ투자증권 과장은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가 상당히 어려운 행보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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