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생존권을 볼모로 다른 이의 생존권을 위해 싸우는 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비정규직 해고를 둘러싼 이랜드그룹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이랜드 계열 유통매장 입점 상인들이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 홈에버와 뉴코아 입점 상인 1,000여명은 3일 “매장점거와 봉쇄, 불매운동 등 매출타격 투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에 대해 100억원의 연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파업 두 달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사측과 노조측의 대립만 공전해 참다 못해 직접 나섰다고 했다.
“아들 등록금도 못냈어요”
서울 노원구 홈에버 중계점에서 ‘비아니 신발’ 매장을 운영하는 이숙영(54ㆍ여)씨는 7년 동안 장사를 해왔다. 그는 이번 사태로 수익이 줄어들자 대학 1년생인 아들의 등록금을 낼 돈이 모자라 결국 2학기 등록을 포기했다. 그는 “휴학한 채 기술을 배우겠다며 미용학원에 다니는 걸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이씨의 매장은 그럭저럭 잘 운영되는 편이었다. 하루 매상만 70만~80만원에 달했고 순수익이 200만원을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10분의 1로 뚝 떨어져 하루 7만~8만원에 불과하다. 이씨는 “장사를 계속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했다”며 “그런데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내서 이제는 집이 넘어갈 지경”이라고 한숨지었다.
사채 쪽으로도 눈길이 쏠리는 자신을 보면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고도 했다.
직원 월급도 두달째 못 주고 있다. 이씨는 “우리 직원이 옥상에서 빵을 먹으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미안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이씨도 노조 편이었다. 그는 “오죽하면 저럴까 하는 동정심이 들었고 공감도 됐다”고 했다. 그러나 영업 손실이 막대해지자 생각이 달라졌다.
이씨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하는 비정규직과 달리 생계가 걸린 우리 상인들은 매장 영업을 못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같은 서민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민주노총이나 민노당 같은 외부 단체의 개입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출 반 줄고 매장당 1,200만원 손실
입점주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목적을 지닌 불법투쟁으로 영세상인들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물리력을 동원한 불법시위로 영세 상인들을 짓밟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과연 서민과 노동자를 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매장 타격투쟁으로 7,8월 두달 동안 매출이 평균 50%가 줄었고 매장당 평균 1,2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심지어 점포마다 파산한 매장이 2,3개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목소리가 사측의 입장만을 지나치게 대변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랜드 노조 관계자는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으면서도 의지를 보이지 않는 사측에 대해서도 입점 상인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김혜경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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