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전력과 추종 세력을 비판한 데 이어 안희정씨와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 등 측근들도 3일 공격에 가세했다.
이에 손 전 지사는 노 대통령을 “열린우리당을 문닫게 한 장본인”이라며 “대선에서 손을 떼라”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양측의 공방에는 물론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우선 노 대통령의 손 전 지사 공격은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대한 분명한 방향타, 즉 한나라당 탈당인사 또는 이와 비슷한 성향의 인사는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해 친노 세력 결집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친노 후보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다.
손 전 지사는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움으로써 범 여권 내 반노ㆍ비노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해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상호 승부수를 구사하는 형국이다.
이는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노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의 충돌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당시 이 후보는 국정원 직원의 이 후보 주변 뒷조사 의혹이 터지자 오자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하며 정국을 ‘노-이’ 대결구도로 끌고 갔다.
이 후보는 청와대로 상징되는 범 여권의 맞상대로 부상했고, 노 대통령 역시 친노 중심의 범 여권 결집을 꾀하는, 손해보지 않는 장사를 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여론의 중심에서 밀려나 이 후보 추격이 더욱 버거워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손 전 지사가 같은 방식으로 경쟁자들을 솎아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 대통령과의 대결을 통해 여론의 중심에 오래 서 있을 수는 있겠지만, 손 전 지사가 서 있는 마당이 이 후보처럼 한나라당이 아닌 범 여권이기에 반드시 득이 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가 친노 세력의 표적이 돼 집중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크고, 다른 사람이 아닌 한나라당 탈당파인 손 전 지사의 과도한 노 대통령 공격은 비노 진영의 거부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정 세력의 강력한 비토를 당하는 것은 두고두고 약점이 될 수 있다. 손 전 지사는 지금 양날의 칼을 들고 있는 셈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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