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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랑해요, 명품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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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랑해요, 명품 LG"

입력
2007.09.0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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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LG에게 돈을 많이 벌게 해주는데, LG는 그렇게 안 한다. 한국에서 오신 여러분이라도 우리 백화점 물건을 많이 사가라."

영국 런던 중심가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헤롯백화점. 1일(현지시간) 백화점 3층에 자리한 LG전자 전용전시장(LGI갤러리)에서 만난 백화점 소유주 알 파예드 회장은 팔순(1928년생)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강하고 유머가 넘쳤다.

"축구장에서 방금 돌아왔다"는 그의 말(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풀햄팀 구단주다)을 듣고 "(풀햄이 후반 들어 3_3의 극적인 무승부 연출한 것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자, "환영한다"고 응대한 뒤 이 같은 농담을 던졌다. 이집트 출신 억만장자인 그는 기념촬영에 응하며 LG측 손님들에게 각별한 호의를 나타냈다.

백화점의 한 직원은 "파예드 회장은 세계적인 VIP가 아니면 직접 매장으로 내려와 영접하는 법이 없다"며 "도대체 어디서 온 손님들이냐"고 궁금해 했다.

런던을 물들이는 LG로고

매년 전세계에서 5,000만명의 쇼핑객이 찾아온다는 헤롯백화점은 여느 고급 백화점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우선 매장 1층 입구쪽에 알 파예드 회장의 아들(도티 파예드)과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함께 손을 잡고 날아가는 형상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두 사람은 10년 전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사망 10주기(8월 31일)가 하루 지난 1일 동상 주변은 각국에서 온 인파들로 붐볐다. 백화점 측이 다이애나 왕비를 추모하기 위해 방명록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런던의 관광명소인 셈이다.

또 다른 특징은 LG의 흔적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벽면마다 LG마크가 선명한 60인치 고화질(HD) LED(발광다이오드) 광고판이 100개나 설치돼 있다. 3층 전자제품 코너에는 LG전자의 독자 전시장이 있다. 이 곳에 자체 전시장을 가진 업체는 소니와 LG 두 곳 뿐이다.

하루 평균 3,000명의 고객들이 방문하는 LGI갤러리에는 PDP TV와 드럼 세탁기 등 60여종의 프리미엄 제품이 전시돼 있다. LG전자는 2005년부터 헤롯백화점에 LED 광고판과 전용 전시실을 운영해 오고 있다.

런던 존 2구역에 자리 잡은 '크레이븐코티지' 축구경기장.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리미어리그 풀햄팀의 홈구장이다. 1일 토튼햄과의 경기가 열린 이 곳은 LG의 물결로 넘쳤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3만여 시민들은 대부분 LG로고가 새겨진 응원복을 입고 있었고, 경기장 측면 광고판에는 쉴새 없이 LG로고가 새겨졌다. LG전자는 7월 풀햄구단 측과 매년 300만 파운드(약 54억원)를 주고 2010년까지 공식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LG의 프리미엄 전략에 열광하는 알 파예드

헤롯백화점의 전시장 확보나 풀햄과의 스폰서 계약이 가능했던 것은 LG와 알 파예드 회장의 찰떡 궁합 덕분이다. LG전자 영국법인 관계자는 "알 파예드 회장이 LG와 관계를 맺기 전부터 호감을 갖고 있었다"며 "특히 그의 가족들이 LG의 60인치 PDP TV와 휴대폰을 직접 구입해 써본 뒤 품질의 우수성을 느낀 것 같다"고 풀이했다.

알 파예드 회장이 추구하는 명품이념과 LG의 프리미엄 전략이 동일한데서 오는 일체감도 영향을 미쳤다.

LG가 영국에 진출한 것은 20년이 넘지만 본격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한 것은 2004년부터. 당시 후발주자로서 한계를 느낀 LG는 "기존 패러다임을 깬다"는 발상 아래 고급 소비층을 겨냥한 전략을 구사했다. 26인치 TV가 가장 대중적인 영국시장에 42~102인치 TV를 내놓았다.

또 지난해 초 550달러의 초콜릿폰을 출시한데 이어 올들어 샤인폰 프라다폰등 고가 제품을 집중 론칭했다. 최근엔 시내 중심가인 피카디리 광장에 LED 광고판도 설치했다.

차별화 전략은 적중했다. 특히 금장을 외관에 두른 72인치 PDP TV는 여름 휴가철 헤롯백화점으로 쇼핑을 오는 중동 부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초콜릿폰 판매는 다음달 1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덕분에 2004년 7%에 그쳤던 브랜드 인지도가 지난해엔 29%까지 올라갔고, 올해엔 34%에 달할 전망이다. 매출도 2004년 이후 매년 30% 이상 폭증해 올해 10억 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나영배 LG전자 영국 법인장은 "런던에 헤롯백화점-피카디리 광장-풀햄 구단으로 이어지는 LG프리미엄 브랜드 밸리를 구축, 고급 소비층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며 "여기서 얻은 인지도를 배경으로 매스마켓 시장(대중시장)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런던=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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