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의 유연함? 탄탄한 조직력? 국정운영 능력? 지지층의 충성도?’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후보 9명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3일부터 본경선 진출자 5명을 가르는 예비경선이 시작되면서 각 후보 진영은 강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단점을 희석하느라 분주하다.
예비경선이 탈락자를 걸러내는 통과의례라고는 하지만 그 결과는 향후 본경선에서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노선의 유연함’을 무기로 내세운다. “소모적인 대결정치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후보”(우상호 캠프 대변인)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손 전 지사 본인도 그간 “한나라당 경력이 효자가 되도록 하겠다”며 “민생에 도움이 된다면 한나라당의 정책도 갖다 쓸 수 있다”고 말해 왔다. 전형적인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유연성이 꼭 약(藥)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범여권 전통 지지층의 유보적인 태도가 이를 반증한다. 평화개혁 세력의 대표선수가 되기엔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른 후보들이 끊임없이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전력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강점으로 ‘조직력’을 꼽는 데 이견이 없다. 수차례의 전국 선거를 통해 다져 온 지역 활동가와 부문별 전문가 그룹의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범여권의 화두인 ‘평화 이슈’와 관련해선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점이 상당한 장점이 되고 있고,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현실 정치에서는 경쟁력의 한 원천이다.
그러나 정 전 의장에겐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선입견이 여전하고, 특히 17대 총선 직전의 노인 폄훼 발언이 천형처럼 따라다닌다. 호남 출신이란 점도 전국적인 지지율 상승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 등 친노(親盧) 3인방에겐 ‘현실 권력’인 노무현 대통령과의 우호 관계가 강점이자 약점이다. 노심(盧心)이 실렸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흩어져 있는 친노 진영의 결집을 끌어내면서 언제든 손 전 지사와 정 전 의장을 위협하는 3강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당 안팎에서 친노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물론 친노 이미지가 강해질수록 참여정부 실정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들 3인이 때에 따라 “친노 후보라는 호칭이 부적절하다”고 손사래를 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풍부한 국정 경험, 한 전 총리는 포용력, 유 의원은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각각 강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최근의 부드러운 이미지 제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리와 유 의원에겐 싸움닭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고, 한 전 총리에겐 무색무취라는 비판적 평가가 엄존한다.
추미애 전 의원은 ‘대구의 딸, 광주의 며느리’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상징하듯 영남 출신이면서 범여권의 적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 천정배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내걸고 25일 간 단식농성을 했던 선명한 개혁 노선이 각각 강점이다. 신기남 의원과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역시 개혁 정체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전국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염동연 의원을 영입한 추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다들 조직력이 부치는 모습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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