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도 없다. 누구는 올해 꼴찌가 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스타군단 수원에 버금가는 당당한 우승후보다.
창단 2년째를 맞은 ‘막내 구단’ 경남 FC의 위세가 K리그를 집어 삼키고 있다. 성남, 서울 등 ‘골리앗 구단’을 연파하며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는 경남의 거센 돌풍은 ‘기적’에 가깝다. 20라운드를 치른 3일 현재 10승4무6패(승점 34)로 4위. 도민 구단으로서 넉넉치 않은 구단 살림과 이로 인한 엷은 선수층이라는 한계를 딛고 어느덧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고지 8부 능선을 넘어섰다. 선배 구단을 매섭게 몰아치고 있는 경남 돌풍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박항서 매직’앞에 불가능은 없다
경남의 무서운 돌풍은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에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게 한 박항서 감독의 용병술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달 29일 19라운드 성남 원정경기는 경남의 올 시즌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시험대였다. 성남은 비록 수원에 선두를 내줬지만 명실공히 K리그 최강팀. 지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경남에는 박 감독의 용병술이 있었다.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까보레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히든카드’로 내밀며 상대의 허를 찔러 2-1 역전극을 이뤄냈다.
박 감독의 용병술은 치밀한 분석과 준비에서 비롯된다. 비디오 분석과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상대 선수의 전술적 특성은 물론 성격까지 파악해 출전 선수들에게 일일이 지시하는 세밀한 분석 축구가 ‘박항서 매직’의 비결이다. 성남전 승리 후 미드필더 박종우는 “성남 선수를 일일이 분석한 감독님의 전술 지시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매직’이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는 박 감독은 “다른 팀 감독들이 하는 수준”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일부에서는 박 감독의 지도력을 그가 코치로 참가했던 2002한일월드컵 때 사령탑이었던 히딩크 감독에 주목하고 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얘기다. 전반기 한때 포메이션 등 전술변화에서 히딩크 감독의 머릿속을 차용한 적은 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박항서식 축구’를 하고 있다.
응집력, 투쟁심은 K리그 최고
박 감독은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으로 선수들의 높아진 자신감과 응집력을 꼽았다. 특히 끈끈한 승부 근성이 좋은 결과로 직결되고 있다.
그는 달라진 경남을 “절대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역전 승부를 자주 연출하며 자신감이 배가했다는 것이 박 감독의 설명이다. 경남은 19라운드에서 성남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것을 비롯, 정규리그에서 세 차례나 뒤집기 승부에 성공했다.
내부 단결력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박 감독은 “응집력에서는 우리 팀이 K리그 최고다. 다른 팀이 살림살이는 넉넉할지 몰라도 팀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우리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박감독은 높아진 응집력의 수훈자로 주장 김효일을 꼽았다. “선수들의 연령대가 커 결속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데 주장이 선수들을 잘 리드하고 있다”고 김효일의 ‘장외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