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시아 국가의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자신을 위한 공식 만찬에 참석,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긴 조크를 했다. 그런데 한국인 통역사가 좀 이상했다. 말귀를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통역사는 내색을 하지 않고 간단히 몇 마디를 한국어로 말했다. 그러자 만찬장에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웃으며 박수 갈채를 보냈다.
흡족해진 장관은 자신의 긴 농담을 불과 몇 문장으로 전달해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한국인 통역사의 신기에 가까운 실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만찬 후 한국인 통역사를 찾아 치하했더니 그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장관님 죄송합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장관님의 조크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참석하신 분들에게 한국말로 부탁 드렸습니다. ‘장관님이 자신의 18번인 농담을 얘기하신 것 같으니 모두들 진심으로 웃어주고 박수를 쳐 주십시오’라고 말입니다.”
리처드 울코트 전 호주 외교통상부 장관이 곧 출간할 저서 <비외교적 활동(undiplomatic activities)> 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8명의 총리에게 외교문제를 자문한 베테랑 외교관 출신인 그는 이 책에서 국제외교무대의 발언이 통역을 거치면서 진의가 달리 전달돼 해프닝으로 비화한 에피소드를 여럿 소개했다. 비외교적>
한국인 통역사 사례에 대해 울코트는 발언자의 말을 못 알아 들을 경우 아예 통역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통역일 수 있다고 말했다.
책은 또 프랑스 주재 호주 외교관이 현지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프랑스인에게 불어로 전하려 한 과정에서 일어난 일화도 소개했다. “내 과거 경력을 돌이켜 보면 프랑스에 오기 전과 온 후로 나눠진다. 프랑스에 부임하기 전에는 지루한 외교관 생활을 보냈을 뿐이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하지만 설익은 불어 실력 때문에 프랑스인에게는 “내 등을 바라 봤을 때 그것이 두 부분으로 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로 들렸다. 박장대소가 터진 것은 물론이다.
울코트는 자신이 인도네시아 주재 대사로 있을 때 겪은 황당한 해프닝도 책에 담았다. 팔렘방에서 그는 인도네시아 유력 인사들을 대상으로 “신사 숙녀 여러분, 아내와 내 자신을 대표해 이곳에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고 인사말을 했다. 그런데 현지인 통역사는 “신사 숙녀 여러분, 나는 아내를 타고 앉아서 이곳에 있는 것이 너무 즐겁습니다”라고 전하면서 이상한 분위기를 연출,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외교관이던 케빈 라드 노동당 당수의 이야기도 압권이다. 그는 호주 외교부에서 중국 푸퉁화(普通話)의 달인으로 유명했지만, 외교관 초년병 시절인 1984년 베이징 대사관에서 웃지 못할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라드는 중국과 호주가 상호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대사의 말을 “중국과 호주가 서로 (성)관계를 하면서 동시에 오르가슴을 느끼고 있다”고 통역, 망신을 자초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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