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49) 감독이 3일 마침내 입을 열었다. <디 워> 의 숱한 논란과 화제 속에서도 한달 동안 입을 봉했던 이유를 그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미국 개봉 준비 때문”이라고 했다. 디>
<디 워> 개봉 이후 두 번째, 17일간의 미국방문을 마치고 1일 귀국한 심형래인 만큼 먼저 미국 보따리부터 풀어 보였다. “소니픽쳐스 엔터테인먼트(SPE)와 DVD 해외배급계약을 완료했다. 수익분배는 8대2로, 우리가 8을 갖는 조건이다. 마케팅비용도 소니 측이 모두 부담한다.” 디>
사람들이 믿지 못할까 봐 사인한 계약서와 서명 당시 사진까지 보여주었다. “이렇게 빨리 계약될 줄 몰랐다. 서류만 해도 800 페이지가 넘어 최소 6개월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오히려 소니 측이 계약조건으로 영구아트의 차기 모든 작품까지 달라는 요구까지 할 정도로 적극적이어서 그것을 거절하느라 애 먹었다.”
-이런 계약이 가능했던 이유는.
“<디 워> 가 미국 시장의 입맛과 조건에 맞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소재의 가족영화, 아이들이 좋아하는 SF물이면서 선정적인 장면이나 피가 나오지 않고, 상영시간 역시 90분을 넘지 않게 편집했다. 이런 노하우를 <용가리> 때 배웠다.” 용가리> 디>
-문제는 14일 개봉하는 미국 극장에서 성공여부다. 지금 상황이 어떤가.
“낙관만 할 수 없다.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3편이 <디 워> 의 1,500개 보다 많은 스크린을 확보한데다, 2주전부터 개봉한 영화까지 포함하면 무려 300편(제한상영 포함)이 경쟁한다.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 디>
한국에서의 흥행성공(1일까지 821만명)과 화제가 조금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그런데 심형래는 <용가리> 때와는 달리 그런 기대를 냉정하게 잘랐다. “교포들에게는 분명 자극이 되지만 미국 주류사회에는 안 통할 것이다. 미국관객을 상대로 <디 워> 가 평점 86점을 받았다는 사실, 장르의 차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디> 용가리>
-국내 이야기로 돌아와서, 흥행성공에 대한 느낌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관객들이 고맙다. 덕분에 힘이 더 생긴다. 무엇보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이 3대가 팝콘 먹으며 나란히 앉아 <디 워> 를 보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영화가 끝날 때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다. 정말 얼마 만에 보는 풍경인가.” 디>
-영화 자체는 물론 심형래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생각은 서로 다르기 마련이다. 재미있게 본 사람의 칭찬도, 재미 없게 본 사람의 비판도 <디 워> 에 대한 애정으로 받아들인다. 다음 영화 더 잘 만들라는 충고로 생각한다. 겨우 2편 만들었는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라.” 디>
역할분담에 대해 그는 “나이도 있고, 언제까지 맨 땅에 헤딩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 제발 그렇게 하고 싶다. SF물을 잘 아는 좋은 감독 있으면 소개해 달라 얼마든지 맡기겠다. 또 김민구 조감독 같은 인물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충무로에 대한 반감 역시 “사적으로는 몰라도 대중 앞에서 언제 내가 비방을 했느냐”며 “이미 감독협회, 영화인협회에도 가입했고, 최근 연락이 온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가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무로와의 교류 역시 <디 워> 의 많은 스태프가 충무로 인력이라고 강조했다. 디>
그러나 ‘서사’에 대해서만은 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서사가 좋다 나쁘다. 아니면 사실에 근거해 만드는 게 좋다고 해야지 서사가 없다고 하면 안 된다. 그건 표현이 없다는 것인데, 무식한 얘기다. 아이들도 다 이해해야 하는 가족영화, SF영화를 자기 입맛에 맞는 스토리로 만들라는 얘기냐.”
예의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참 대선배가 만든 영화를 보지도 않고 젊은 감독(이송희일)과 제작자(김조광수)가 마구 얘기한 것은 인간의 예의를 상실한 짓이었다.”
-<디 워> 의 뛰어난 CG기술도 심형래 영화 아닌 다른 영화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는데. 디>
“말도 안 된다. 할리우드에서 같이 작업하자고 온 작품도 4,5편이나 된다. 찍을 때 우리와 백 테이터만 협의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럴려면 아직도 내 영화 만들기에도 벅찬 인프라 확대가 시급하다.”
-100% 국내 CG기술이란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만하다. 우리가 했으면 허접스러워야 하는데. 보고 한번 파헤쳐 보라고 할까. 그런 소문 자체가 할리우드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앞으로 만들 영화가 많은가.
“11월부터 3D(입체)애니메이션 <추억의 붕어빵> 과 벌써 CG로 말론 브란도의 얼굴을 만들어 놓은 <라스트 갓 파더> , 또 다른 괴수영화 <피시 워> ,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아이 워너 고 홈> 등 5편을 동시에 진행한다.” 아이> 피시> 라스트> 추억의>
이대현 문화대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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