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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새 길을 찾는다] <2> 세계는 관광 마케팅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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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새 길을 찾는다] <2> 세계는 관광 마케팅 전쟁 중

입력
2007.09.0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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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하늘 위엔 태양 같은 커다란 둥근 구조물이 떠있다. 내년 오픈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인 '싱가포르 플라이어'다. 165m 높이의 거대한 이 관람차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왕 셀던 아델슨이 35억 달러를 투자해 2월 첫 삽을 뜬 인근 '샌즈카지노 리조트' 부지에는 수십 개의 타워크레인이 곧추서서 굉음을 뿜어내고 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센토사 섬에서는 또 다른 카지노리조트 공사가 진행중이다.

● '쇼핑·나이트 라이프 천국' 만들기 안간힘

마카오가 라스베이거스의 거대 자본을 끌어들여 카지노 개발에 나서자 싱가포르는 '가장 도덕적인 국가'라는 명예마저 접고 2005년 카지노 사업을 허가, 본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나는 도박을 반대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흐름이 바뀌는 게 맞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자리에 서있어야 한다"며 이를 진두지휘했다.

요즘 싱가포르는 2015년까지 방문관광객을 1,70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국가 전체가 나서 관광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쇼핑 천국, 나이트 라이프 천국 싱가포르'가 캐치프레이즈다.

싱가포르 뿐만이 아니다. 관광시장을 놓고 세계가 벌이는 경쟁은 전쟁만큼이나 치열하다.

● 2010년 1000만 유치 목표 '웰컴 플랜 21'

최근 외래관광객 유치에 본격 나선 일본의 변화가 무섭다. 일본은 과거 오랫동안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바운드보다는 일본인의 해외관광을 유도하는 아웃바운드 중심의 정책을 펴왔다.

자국민 세계화란 명목과 함께 거대한 무역흑자에 대한 타국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뒤 90년대 말부터 인바운드 육성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2003년부터 우리보다 많은 외래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2010년 1,000만명의 외래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한 '웰컴 플랜 21'에 따라 파라마운트 영화 테마파크 건설, 세계적인 '일본 방문 캠페인(JVC)' 홍보, 중국인 비자발급 완화 등 적극적인 인바운드 정책을 추진 중이다.

● 장기체류 지원·차량 비과세 등 각종 혜택

말레이시아는 '2007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를 맞아 외래관광객 2,010만명 유치를 목표로 신규 항공노선 확장,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국민 친절캠페인 '말레이시아 웰컴 더 월드(MWW)'와 함께 은퇴이민 등 장기체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마이 세컨드 홈ㆍMM2H'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달 11~14일 은퇴이민 유치 설명회를 개최한다. 정부가 나서는 'MM2H' 프로그램은 10년짜리 장기 비자, 집 2채까지 직접 구입 가능, 차량 구입 비과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 한류 시들에 발길 '뚝'… 콘텐츠 발굴 절실

이에 비해 우리의 관광마케팅 전략은 초라하다. 그동안 한국관광을 지탱해온 것은 한류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한류에만 의존하는 바람에 새로운 콘텐츠 발굴이나 관광인프라 구축에 소홀했던게 사실이다. 한류가 주춤해지면서 한국관광도 함께 위축을 맞고 있다.

외래관광객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음에도 한국관광공사는 2010년 외래객 1,000만명 유치를 공언하고, 서울시는 한 술 더 떠 2010년 1,20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에 대해선 특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대책도 없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기 전에 숙박시설 확충, 서비스 개선 등 기본적인 관광인프라 구축과 마케팅이나 신경을 쓰라"고 꼬집었다.

■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여행업계에서 통용되는 '인바운드'는 외국인관광객의 한국여행을 말하고, '아웃바운드'는 내국인의 해외여행을 가리킨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관광객과 국내를 여행하는 내국인 관광시장을 묶어 '인트라바운드'라고 부른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 각국의 관광슬로건

치열한 관광마케팅의 전쟁터, 중세의 군주들이 저마다 휘장을 내걸 듯 각 나라들은 경쟁적으로 관광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이면서 친근한 이미지의 '어서오세요, 일본으로(Yokoso! Japan)'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말레이시아는 '진정한 아시아(Truly Asia)'를 자부했고, 홍콩은 다양성을 강조한 'Live It, Love It'을, 싱가포르는 독특한 면을 부각시킨 'Uniquely Singapore', 태국은 '행복함(Happiness on Earth)'을 앞세운다.

호주의 캠페인은 조금 길다. '도대체 지금 어디에 있는거니?(So Where the Bloody Hell Are You?). 호주만의 독특한 어법을 이용해 그들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 자연환경을 부각시켰다.

우리도 4월 '코리아, 스파클링(Kores, Sparkling)'이라는 관광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스파클링은 '반짝거리는' '활기에 넘치는' 등의 의미로 우리의 생동감을 표현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성원기자

■ 주먹구구식 관광설명회 이제 그만

6월 일본 도쿄의 한 호텔. 일본의 여행업체와 언론을 상대로 한 한국의 모 지방자치단체 관광설명회가 열렸다. 담당 공무원들의 프리젠테이션은 진지했지만 이를 지켜보는 현지 관계자들의 반응은 빈 자리만큼이나 썰렁했다. "일개 시ㆍ군의 관광자원 만으로 여행상품을 꾸릴 수 있나요.

주변 지자체와 연계하면 효과적일텐데 다들 각개전투만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리가 너무 자주 있다 보니 현지 여행업자들도 큰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설명회를 도와준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 직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관광에 눈을 떠가는 지자체들이 직접 외국에까지 나가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단체장들이 의회대표단들을 대동해 떼로 와서는 현지 관계자들과 밥 먹고 사진 한장 찍고 가는 게 대부분의 일정이다. 관광객 유치 보다는 단체장의 업적 쌓기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 시청 관광팀장은 "공사측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현지 관계자들에게 팩스로 공문을 보내는 데 그쳐 내가 직접 전화를 걸거나 찾아가 관광설명회 자릴 만들어냈다"며 "공사측이 과연 적극적인 마케팅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한국의 관광자원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인바운드 관광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국제관광전은 주로 지자체, 여행사, 외국관광청들이 뒤섞여 부스를 차리고 내국인을 주요 대상으로 프로모션하는 행사다.

몇 만명이 와서 관람했는가에만 의미를 주는 전시ㆍ홍보성 행사들이다. 나스커뮤니케이션 나은경 대표는 "관광대국의 경우 해외 바이어를 끌어들여 바로 그 자리에서 관광상품 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구매자와 판매자 위주의 인바운드 관광전을 통해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관광협회가 주최하는 '인터내셔널 파우와우'에는 해마다 해외 70여개국에서 바이어와 미디어가 참석한다. 올해 4월 애너하임에서 열린 행사에는 5,000여명이 참석, 총 4만7,000여건의 상담이 진행됐고 향후 3년간 40억 달러의 여행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랑데부 캐나다'와 '호주관광교역전(ATE)', '독일인바운드관광전(GTM)' 등도 세계적인 인바운드 관광전이다.

6월 열렸던 뉴질랜드 관광전 '트렌즈(TRENZ)'는 20억 달러의 관광상품 판매를 기록했고 2002년 시작된 '태국 트래블마트 플러스'는 인근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의 관광산업과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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