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의 이정윤(30ㆍ국립무용단)과 현대무용의 최문석(26ㆍ툇마루무용단). 각 분야를 대표하는 차세대 무용가인 이들이 정동극장의 ‘아트 프런티어 시리즈’를 통해 한 무대에 선다.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를 집중 조명하는 시리즈로, 이번 공연에는 ‘짙어지는 몸짓을 만나다’라는 부제가 붙었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청바지에 배낭을 메고, 셔츠 단추를 세 개쯤 푼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장르는 다르지만, 둘은 닮은 점이 꽤 많다. 이정윤은 2000년 동아무용콩쿠르 금상, 최문석은 2004년 신인무용콩쿠르 대상 수상으로 최고의 무용수로 인정 받았고, 최근에는 안무가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 180㎝의 키와 잘생긴 외모로 여성 팬들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공통점. 최문석은 패션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먼저 서로를 평가해달라고 했다. 최문석은 “2000년 동아콩쿠르가 끝난 뒤 몇십 명의 무용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생각이 나더라. 그게 정윤형이었다”고 답했다. “큰 무대에서 혼자 춤을 추는데 관객을 완벽하게 제압하더라구요. 분야는 달랐지만 숨을 죽이고 지켜봤습니다.” 이정윤 역시 “콩쿠르에서 나이에 비해 무게감 있는 움직임과 감정 표현이 뛰어난 문석이를 눈여겨봤다”고 했다. 그는 현대 무용수가 필요했던 국립무용단의 <소울 해바라기> 공연 때 최문석을 추천해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 소울>
두 사람이 무용을 처음 시작한 사연도 이채롭다. 중학교 때 전국체전에서 입상할 정도로 유망한 수영 선수였던 이정윤은 집안의 반대로 체고 진학을 포기한 후 방황하다 음악 소리에 이끌려 무용 학원을 찾아갔다.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고교 시절 많이 놀았던” 최문석은 검도 학원에 가자는 어머니의 말에 속아 무용 학원에 첫 발을 디딘 후 무용에 빠져들었다.
이번 공연에서 두 사람은 각각 기존 작품과 신작을 하나씩 내놓는다. 춘향과 이몽룡의 이별 장면을 담은 이정윤의 <소울메이트 춘향> 은 발레리나 김주원과의 듀엣 무대다. 한국무용과 발레에 판소리까지 얹었다. 소울메이트>
올해 김주원과 잇따라 두 작품을 함께 해 관심을 모은 이정윤은 김주원에 대해 “10년간 국립발레단의 주역을 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열정이 대단하다”면서 “춤에 대한 생각과 감성이 많이 닮아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 안무를 소화해내는 친구”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첫 선을 보이는 신작 <이스케이프(escape)> 에는 그의 현재 모습을 반영했다.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계속 달려오기만 했어요. 그간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했습니다.” 이스케이프(escape)>
최문석이 후배 류장현과 함께 출연하는 <두 개의 길 위에서> 는 그에게 지난해 한국무용협회 젊은 안무가 창작 공연의 최우수 안무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전쟁 때문에 남북으로 갈라진 형제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클럽에 가면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미친 듯이 춤을 춘다”는 최문석은 클럽에서 춤을 추다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안무했다. 신작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 는 속도에 집착하는 현대인에게서 사라져가는 인간애를 그렸다. 네버> 두>
이들의 계획은 나란히 해외로 닿아있다. 최문석은 내년 <두 개의 길 위에서> 를 들고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으로 나간다. 이정윤 역시 한국무용과 발레를 접목시킨 작품으로 유럽 무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정윤은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 ‘한국무용’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싶다고 했다. “이제 예술에서 장르 구분은 촌스럽지 않나요. 과거의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이어달리기가 아니라, 점프를 할 겁니다.” 두>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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