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초에 이상한 일이 있었다. 미국이 자랑하는 리릭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가 갑자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사실상 잠적해버린 것이다. 그녀가 속한 매니지먼트 회사 역시 보니와의 계약이 종료되었음을 확인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소속사와의 갈등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그건 아니었다.
아무도 보니가 사라진 배경을 밝히지 않고 ‘개인적 이유’라고만 했으며, 개인 홈페이지조차 폐쇄됐다. 그렇다면 뭔가 심상치 않은, 외부에 알리기 싫은 일이 벌어졌음이 명백했다. 건강이나 목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면 홈페이지까지 폐쇄할 이유는 없다. 혹시나 조금 빠른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라면 기자회견으로 족할 일이었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니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해외 언론과 음악 저널의 태도였다. 보니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기에 충분히 뉴스거리가 될 것이고, 뭔가 감추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밝혀내는 것이 기자의 본분이자 속성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를 파고드는 언론은 어디에도 없는 듯 싶었다. 마치 보니가 처한 형편이 딱해서 선의로 배려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결과적으로 웬만한 클래식 애호가 중에도 보니가 활동을 중단한 사실을 아는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런 보니가 ‘조용히’ 복귀했다. 7월 22일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 <레퀴엠> 의 소프라노 독창자로 나셨다는 소식이었다. 미국의 동료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의 컨디션 이상에 따라 대타로 출연했다는데, 한 공연 전문 언론사를 통해 왜 1년간의 공백이 있었는가에 대해서 비로소 털어놓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의 음악 매니저 모리스 휘태커와 이혼하면서 그 충격을 극복할 시간이 필요했고, 아울러 피로한 목도 쉬어야 했다는 것이다. 레퀴엠>
보니는 이번이 세 번째 이혼이다. 첫 남편은 별로 유명하지 않은 오스트리아 테너, 두 번째 남편은 스웨덴의 유명 바리톤 호칸 하게고드였다. 하게고드와의 결혼과 이혼은 음악계의 화제였다. 그렇다면 이번 일 역시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기에 충분했을텐데, 보니에게는 천만다행으로 조용히 지나간 셈이다.
그런데 이미 3월에 독일 라인가우 페스티벌 사무국이 8월 16일 바리톤 토머스 햄슨의 리사이틀을 바바라 보니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이 소식조차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고, 보니가 복귀한 뒤에야 알려진 것이다. 아무리 보니가 오페라보다 대중적 관심이 떨어지는 가곡 연주자이긴 해도 클래식 스타에 대한 관심이 겨우 이 정도인가 싶어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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