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연내 핵 신고ㆍ불능화 합의는 한반도 주변 정세의 대격변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핵 신고ㆍ불능화는 북측이 핵 포기를 향한 본격 단계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남북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이 엄청나다.
"올해 내로 북한 문제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나오면 수많은 터부를 넘는 '빅뱅' 수준의 대전환도 가능할 것"이라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최근 언급이 빈말만은 아닌 것이다.
우선 연내 불능화 이행 시 미측은 50년 적대 관계를 청산하는 첫 시발점으로서 적성국교역법 적용과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할 것이 확실하다. 이는 대북 경제 제재의 근간을 이루는 법적 장치를 제거하는 것으로 북미 화해 시대의 개막으로 봐도 무관하다. 이 과정에서 냉전 상태인 남북 관계에도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남북 미국 중국이 중심이 된 한반도 평화 체제 논의가 본격화하고, 남북 간에도 평화협정 체결의 전 단계로서 군사적 신뢰 구축 협의가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달 2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정상 간 핫라인 설치 등 다각적인 한반도 안정 및 정치ㆍ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가 합의될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
핵 불능화 조치가 순조롭게 이행될 경우 북미는 내년 1년 간 핵 폐기 단계를 진전시키고 이에 맞춰 북미 관계 정상화의 최종 단계인 종전 선언과 북미 수교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시점을 임기 말인 내년 말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수교에 앞서 무역대표부나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통해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교류와 협력이 빈번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도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북일 관계 정상화에 전향적 자세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일 관계 개선은 남북 관계 개선과 맞물리면서 동북아 역내 안정을 가져 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은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도 많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 낙관적 전망만 내놓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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