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여자들은 돈을 못 번다’는 고정관념의 근거중 하나가 ‘여자들은 좀처럼 리스크를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를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우리나라에서 나온 적이 있다. 아주대 경영학부 김도영 교수는 지난해 6월 논문에서 위험과 관련된 남녀간 의식차이를 조사했다.
남녀 126명을 대상으로 의식ㆍ무의식적인 위험감수 성향을 물었다. 예를 들면, 임금이 비싸지만 리스크가 적은 국내에 투자하겠는가, 아니면 반대 조건인 외국에 투자를 하겠는가 하는 식이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를 집단별로 구분해서 조사할 때는 남성집단이 여성집단보다 훨씬 위험 감수경향이 높았지만 남녀를 따지지 않고 물었더니 성별로 인한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
위험 감수는 개개인의 성향 차이지 성적인 차이는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내 고객 중에서도 남편들은 은행 예금만 고집하는데 부인은 오히려 주식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걸 보면 경험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뭔가를 잘 모르면 위험 감수도 안 된다. 해서도 안 된다. 아는 만큼 리스크도 질 수 있고 수익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모를 때는 ‘달팽이의 지혜’를 빌려 보자. 달팽이는 느리지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간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달팽이는 다른 달팽이가 갔던 길을 따라 간다고 한다.
점액을 뿜으며 이동하는 달팽이는 에너지의 3분의 1을 점액에 사용하는데, 다른 달팽이가 간 길을 따를 때 쓰는 에너지가 자신이 새로 길을 내며 갈 때 쓰는 에너지의 35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단다. 본능적으로 ‘경제적인’ 선택을 하는 셈이다.
투자를 할 때, 잘 몰라서 위험감수가 어렵다면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충분히 활용하자.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동호회, 까페 등 열린 공간에 나의 재무상황을 올려놓으면 컨설팅까지 무료로 해주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숱한 답변 속에 옥석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리스크를 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내가 답을 찾아 낼 수 있는, 되도록 많은 정보라인을 구축해 놓는 것이 급선무다.
한 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센터 도곡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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