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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인생, 길이 있다] 경력 없어도 '요령껏 두드리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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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인생, 길이 있다] 경력 없어도 '요령껏 두드리면' 열린다

입력
2007.09.0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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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를 자부하는 한 재벌기업 전자회사에서 23년 동안 근무한 김동인(50)씨가 제2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문을 두드린 곳은 엉뚱하게도 건설 회사였다.

주위에선 “의외의 선택”, “웬 건설회사냐”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김씨의 선택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김씨는 “실업자로 지내면서 진짜 내 적성을 알게 됐다”며 “건설회사에 간 것도 엉뚱한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김씨는 1월부터 경기 화성시에 있는 동흥산업개발에서 개발부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사권 취득 등이 그의 주된 업무다. 당시 직원 채용 공고에서 회사가 요구한 자격 조건은 건설업계 5년 이상 경력(부장급)과 건설관련 자격증 보유. 이 조건만 놓고 보면 전자업종에서만 일해온 그는 ‘자격 미달’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당당했다.

‘2007 동흥산업 마스터플랜’이라는 제목의 11쪽 짜리 회사 발전 제안서를 들고 사장실을 찾아간 것이다. 보고서에서 그는 인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신이 전자업종에서 일할 때 맺은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결과는 합격. 철저한 준비 정신과 적극성을 인정 받은 것이다.

회사와의 마찰로 2005년 3월 몸 담았던 회사를 떠날 때만해도 김씨의 어깨는 잔뜩 움츠려 들었다. 능력을 인정 받으며 굴곡 없이 직장 생활을 해오던 그에게 조기 퇴직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는 “조기 퇴직과 재취업이라는 단어가 내 인생에 끼어 들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다”며 “평생을 바친 직장에서 쫓겨난 데 대한 허탈감과 냉혹한 현실에 홀로 맞서 몸부림 쳐야 한다는 두려움이 겹쳐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 잡고 2005년 6월 인터넷 관련 사업에 손을 댔지만 돈만 까먹고 2006년 3월 그만 뒀다.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을 벗어나기 위해 가족과 연락도 끊은 채 부산 강릉 등 전국 각지를 돌았다. 3개월의 유랑은 허송세월이 아니었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감을 되찾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방황을 끝내고 서울 집으로 돌아온 그가 찾은 곳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노사공동재취업지원센터.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공동 운영하는 민간 재취업 기관이다. 그는 이 곳에서 재취업 노하우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다.

경력만 줄줄이 나열하는 문방구식 이력서 대신 자신의 장점을 특화 시켜 작성하는 파워 이력서를 쓰면서 고졸 학력의 단점을 보완했다. 적성검사와 각종 특강 등을 통해 의욕만 앞세운 채 철저한 전략이 없으면 재취업은 어렵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동흥산업개발에 입사하기 전 그는 중국 공장 관리자 등 꽤 괜찮은 일자리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당장의 열매에 연연해서 덥석 물었다가는 얼마 안 돼 용도폐기 되는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씨는 “지금이라도 나만의 전문 분야를 키워 나이가 더 들어서도 계속 일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하는 게 좋다”며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말만 앞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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