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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잭슨홀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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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잭슨홀 미팅

입력
2007.09.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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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이오밍주의 세계적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으로 가는 길목엔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빼어난 풍광과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이다.

이 안에 있는 작은 휴양도시 잭슨홀은 매년 8월 말만 되면 갑자기 부산해진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와 명망 높은 경제학자 등 100여명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1박2일 동안 연례 심포지엄을 열기 때문이다.

이른바 '잭슨홀 미팅'이다. 원래는 머리를 식히며 정책 현안과 새로운 연구동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친목 모임이지만, 그들의 언행은 늘 뉴스가 된다.

▦ 지난달 30~31일 열린 회의가 유달리 관심을 모은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초래된 금융시장 불안과 신용위기 우려 상황과 시점이 1998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 해 8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 불이행) 선언에 따라 미국의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가 순식간에 파산사태에 이르고 이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경험과 거의 닮았다는 것이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때마침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 후 9월부터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씩 3차례나 낮춰 위기를 조기 수습했다.

▦ 올해 그 자리엔 벤 버냉키 의장이 있다. 그린스펀의 뒤를 이은 지 1년 6개

월 만에 '모기지 부실 폭탄'을 떠안은 그를 향해 월가는 이미 '초보자의 실수(rookie's mistake)'라는 딱지를 붙였다. 또 직관과 현실을 앞세운 그린스펀이 '시장적(street-smart)'이라고 평가되는 것과 달리, 통계와 이론을 중시하는 그에겐 '학구적(book-smart)'이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이런 표현이 유쾌할 리 없다.

더구나 금융계는 "유동성 긴급지원이나 재할인율 인하는 임시방편이고 결국 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그가 전임자의 해법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 그러나 버냉키는 잭슨홀에서 큰 힌트를 주지 않았다. 우선 "금융시장의 혼란이 초래할 수 있는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고 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위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여러 여지는 남겼다.

반면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선택의 결과로 인한 손실을 보호하는 것은 FRB의 책임이 아니다"며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시장은 일단 18일 FRB가 금리를 인하하는 쪽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서브프라임'의 충격은 컸으되, 버냉키와 시장이 벌이는 게임에서 얻는 학습효과도 적지 않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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