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와 부시의 ‘원-투 펀치’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 대출) 악재를 해소할 수 있을까.
세계 금융시장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잭슨홀 연설’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책 발표는 일단 긍정적이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잭슨홀리조트에서 열린 세계은행 총재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금융 불안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부시 대통령은 정부 보증 확대를 통해 모기지 채무자들이 차환(借換) 대출(다른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기존 대출을 갚는 것)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을 내놓았다.
이날 다우지수는 1% 남짓 상승하며 화답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충격에서 비롯된 신용 경색(금융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최악의 위기를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월가를 다소 들뜨게 했다.
하지만 섣불리 낙관할 수는 없다. 버냉키 의장은 여전히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소신을 갖고 있고, 투기 대출을 구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도 적지않다.
버냉키 의장의 연설 직후 우왕좌왕하던 뉴욕 증시가 강한 반등으로 돌아선 것은 이날 발언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주택 경기가 소비와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혼란의 여파가 금융시장을 넘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결정에 있어 이 같은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등 금리 인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전 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고 판단한 것이다.
윌리암스캐피탈의 스티븐 칼 수석트레이더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를 통해 모기지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해 줌으로써 사태가 진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의 소신까지 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물가 안정이며, 펀더멘털(경제기초체력)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기위해 적극적인 금리 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버냉키 의장은 가능하면 금리 인하를 미루고 추가 자금 공급 등 다른 조치로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라며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18일까지는 보름 이상의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그간의 시장 추이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모기지 대책 역시 당장 모기지 대출자 구제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이미 자산담보부증권(CDO) 등 파생상품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위험을 차단할 만큼 강력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시장이 애타게 바라고 있는 금리 인하가 이번 사태를 잠재우기 위한 적절한 해법이냐는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투자자들의 잘못된 결정에 따른 손실을 중앙은행과 정부가 보전해줄 경우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뿐더러 현재의 부실을 미래의 부실로 미루는 결과밖에 되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많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금리 인하가 서브 프라임 문제 해결에는 입에 단 사탕이 될 수 있겠지만, 잠재된 부실의 장기화나 물가 불안 등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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