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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일가 의결권, 실제 소유지분의 8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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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일가 의결권, 실제 소유지분의 8배 육박

입력
2007.09.0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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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총수와 그 일가가 실제 소유 지분의 8배에 이르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일 발표한 ‘2007년 대규모 기업집단 소유지분구조’에 따르면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상(자산 10조원 이상) 11개 그룹의 의결권 승수는 평균 7.54배(4월1일 기준)를 기록했다. 의결권 승수는 그룹 총수 일가가 계열사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지분이 실제 소유한 지분의 몇 배 인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높을수록 소유지배구조의 왜곡 정도가 크다.

의결권 승수가 7.54배라면 1주를 가지고서도 7.54주의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2005년 처음 발표된 출총제 대상 그룹의 평균 의결권 승수는 2005년 8.57배에서 지난해 7.47배로 낮아졌지만, 올해 다시 소폭 악화된 셈이다.

주요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의 의결권 승수가 지난해 6.91배에서 8.10배로 크게 높아졌다. 그룹 전체에서 총수 일가 지분율이 낮아진 영향이 컸다. 반면 LG그룹은 6.78배, 현대차그룹은 5.75배로 지난해보다 의결권 승수가 다소 낮아졌다.

우리나라 주요그룹 가운데 ‘의결권 승수’가 가장 높은 곳은 동양그룹으로 무려 15.80배에 달했으며, SK그룹이 15.56배로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타이어그룹은 의결권 승수가 1.12배에 불과해 총수 일가들이 직접 가진 지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의결권만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CC그룹의 의결권 승수도 1.19배였다.

한편 계열사들 끼리 지분을 순환출자해 가공의 자본을 만드는 ‘고리(환상)형 출자구조’가 총수가 있는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 가운데 LG, GS, 금호아시아나 3곳을 제외한 7곳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11위 그룹인 두산이 지주회사 체제전환을 위해 올해 5월 순환출자를 해소했고, 3위인 SK도 지주회사방식으로 해소를 준비하고 있어 고리형 순환출자 문제는 점차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규 공정위 사무처장은 “여전히 우리나라 기업 집단들의 의결권 승수는 외국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아직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좋은 기업지배구조란 기업의 실적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 것일 뿐, 의결권 승수 자체가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없다”며 “시장의 건전한 경쟁환경을 조성ㆍ감시 해야 하는 공정위가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부당하며 국민들에게 왜곡된 기업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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