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부산 한림토건 대표 김상진(42)씨와의 커넥션의혹에 대해 전면 보완 수사에 나섬에 따라 실체 규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이 풀어야 할 사건의 핵심 의혹은 정 전 비서관의 권력형 비리 유무. 세무조사를 무산시켜야 했던 김씨에게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연결시켜주고 대가를 받았는지, 김씨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금융 대출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우선 규명돼야 한다.
이와 관련, 김씨를 정 전 비서관에게 소개시켜준 김씨의 형(45)이 2일 "과거 사업 과정에서 부산 지역의 노무현 대통령 측근 정치인에게 민원을 부탁하기도 했다"고 말해 김씨 형제의 정치권 인사를 통한 광범위한 로비 의혹도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다.
1. 金씨, 국세청에만 뇌물 주고 소개자엔 안 줬나
김씨는 지난해 7월 정 전 비서관가 전화 연결을 시켜준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 정상곤(53ㆍ구속)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에 뇌물을 건네고 자신 소유의 ㈜일건에 대한 세무조사를 무마시키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다른 2개 회사의 세무조사 추징금 50억원 문제도 "폐업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정 국장의 조언으로 쉽게 해결했다. 따라서 정 전 비서관이 김씨로부터 응분의 대가를 받지 않았겠냐는 상식적인 의문을 검찰은 풀어야 한다.
2. 허위계약 말썽 사업자에 군인공제회 왜 보증섰나
김씨가 대표인 ㈜일건이 부산 연제구 연산동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면서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대한토지신탁의 보증으로 2곳의 은행에서 2,650억원을 대출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핵심 의혹이다. 대한토지신탁은 재건축 대상부지(8만8,740㎡)의 상당수를 담보로 잡고 A은행과 B은행으로부터 각각 1,350억원과 1,300억원을 대출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섰다.
재향군인회도 2005년 이 사업에 225억원을 투자했다 허위계약서 등이 불거지자 투자액을 돌려받기도 해 김씨가 이들 단체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배경에 의문이 간다. 정권 실세인 정 전 비서관의 지원설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3. 자본금 3억 회사에 은행들 2650억 저금리 대출 왜?
업계에서는 연산동 재건축사업에 대출한 자금의 금리가 낮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두 은행에서 빌린 자금의 금리는 연 5.44%와 5.33%로 당시 부산지역 아파트 사업장이 6% 안팎의 금리로 대출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다.
실제 모 은행도 이 사업에 참여를 검토했다가 금리가 맞지 않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은행측은 "시공사인 P사의 신용도가 워낙 좋아 그 정도 금리는 타당한 수준"이라며 "P사가 경쟁입찰을 시켜 금리를 결정했기 때문에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부분도 규명해야 한다.
4. 대형건설사가 실적 없는 곳과 손잡은 이유는
P사가 ㈜일건과 손을 잡은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통상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시행자의 사업실적과 재무 건전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 시공에 참여한다. 시공사가 금융기관의 대출 보증을 서 주는 등 금전적 부담이 많기 때문이다.
김씨가 연산동 재건축사업에 손을 댄 2005년 4월 6일 설립한 ㈜일건은 자본금이 3억원에 불과하고 지난해 매출실적이 전혀 없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나 다름없다.
연산동 재건축사업의 외형이 3,000억원을 넘고 지역 주택시장이 극도로 침체돼 일부 업체의 부도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일건이 P사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배경은 수수께끼다.
5. 700억 회계 누락설… 차명 계좌… 비자금 조성?
김씨가 주무른 수천 억원대 자금의 사용처도 검찰이 꼭 짚어야 부문이다.
김씨는 재향군인회 자금을 끌어들여 재건축사업을 시작하면서 땅값을 부풀리는 등 사기 행각을 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애초부터 비자금 조성 의혹이 짙다.
특히 일건은 올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금융권 대출금(2,650억원) 가운데 700억원을 누락한 사실도 드러나 철저한 자금추적이 필요한 사안이다.
김씨는 사업자금을 회사 직원 등 5~6명의 차명으로 개설한 계좌를 통해 은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현금 2억원을 발견하기도 했다. 김씨가 분식회계 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 정치권에 제공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6. 金씨 형 "부산 親盧에 민원"… 형제로비說수면 위로
지역 정치권에서는 "정 전 비서관은 김씨 형(45)과 더 친했던 만큼 김씨 형이 (정 전 비서관에게) 후원금 등을 지원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부산 건설업계에서는 김씨가 주로 대외활동을 하는 '얼굴마담'에 불과했으며, 김씨 소유 3개 업체의 실질 사주도 김씨 형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 형은 이날 "정 전 비서관이 7년 전 여당 지구당위원장 시절 민원인 차원에서 처음 만났으며, 동생에게 정 전 비서관을 소개해줬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다른 측근들에게도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 형은 그러나 동생 사업체의 실질 소유주가 자신이라는 언론 보도는 부인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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