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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이 제안한 '포도밭 작은 예술제' 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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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이 제안한 '포도밭 작은 예술제' 10회

입력
2007.09.0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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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선생님의 말년의 유일한 낙은 화분에서 피고 있는 달개비꽃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댁에 들를 때마다 절 데리고 베란다로 나가 꽃을 보여주시곤 하셨지요. 지금 계신 그 곳에도 달개비꽃이 피었는지요?”(류기봉)

류기봉 시인이 운영하는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의 포도 농장에서 매년 열리는 ‘포도밭 작은 예술제’가 올해 10회를 맞아 2004년 별세한 김춘수 시인의 추모 행사를 열었다. 프랑스의 한 포도 마을에서 열린 문인들의 예술제를 인상깊게 본 김 시인이 문하에 있던 류씨에게 제안, 1998년 시작된 이 행사는 8월 말이나 9월 초에 시낭독, 시화전, 음악회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진다.

1일 오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치러진 올해 행사엔 시인 조영서, 서정춘, 이수익, 노향림, 유자효, 박주택, 심언주씨와 소설가 김정산씨 등 문인 10여 명이 일반인 참가자 30여 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 유족 중엔 장녀 김영희씨가 참석했다.

유자효 시인의 사회로, 원로 시인 조영서씨가 김 시인의 영전에 햇포도주를 올리고 추문을 읽으면서 행사가 시작됐다.

류씨의 추도사에 이어 추모시를 낭송한 심언주 시인은 “2003년 행사 때 폭우로 발만 동동 구르다 돌아가신 선생님은 2004년 행사 한 달 전에 기도폐쇄로 쓰러져 병상에 계셨다”며 “행사 당일 문병 갔을 때 큰 따님이 거칠어진 아버님 손을 붙들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울고 싶다고 했던 일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생전의 김 시인이 예술제에 참석할 때마다 애송했던 <꽃을 위한 서시> 는 마을 주민인 백성두(26)씨가 읽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문인들은 한국 현대시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이 ‘꽃의 시인’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자작시를 돌아가며 낭독했다. 피아니스트 문효진씨와 기타리스트 조윤섭씨가 배경 음악을 연주해 우중에 읊는 시의 정취를 더했다. 매년 행사에 참석해 왔다는 노향림 시인은 “등단하기 전 <꽃> 을 비롯한 선생님의 모더니즘 시를 접하고 시대를 앞서 나간다는 느낌에 70년 데뷔 후 한동안 그 시풍을 따랐다”고 회고했다.

박주택 시인은 “김춘수 시인은 일관된 시론을 갖추고 그것을 끊임없이 시로써 형상화하려 했던, 우리 시단에서 드물게 철학적인 작가”라고 평했다. “흙도 거친 윗부분을 걷어내면 고운 부분이 나오듯 선생님도 냉정해 뵈는 겉모습과 달리 심성이 고우셨다”고 추억한 류씨는 “풀이나 나뭇가지처럼 소소한 것에까지 미치던 그 분의 깊은 통찰에 감탄하며 시를 배우던 시절이 못견디게 그립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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