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공대 신규 교수임용 무산 사태는 재미 한인 학자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우려와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켰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페이스대에서 컴퓨터사이언스 전공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차성혁(38) 교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소장학자다.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뉴욕메트로 지부장으로서 미 동부지역 한인 이공계 학자들의 네트워크 활동에 적극적인 차 교수는 27일 “대학교수도 대학이 육성해야 하는 인재”라며 “완성된 학자를 초빙하는 것도 좋지만, 잠재력 있는 인재를 유치해 학문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선별, 육성하는 시스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서울공대 사태에 대해 “마땅히 많은 훌륭한 분들이 지원을 했을 것”이라며 “다만 그 분들조차도 기존 교수님들의 높은 수준이나 평가기준에까지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어느 시점까지는 정말 소수의 우수한 해외 인재들이 초빙을 받아 국내 대학에 들어 갔었다”며 “그런 분들에 대한 ‘초빙기준’이 요즘 교수 ‘공채기준’으로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국내 대학에서 ‘과학인용색인(SCIㆍScience Citation Index) 리스트’에 포함된 저널에 게재된 논문편수 등으로 신규 교수를 평가하는 것도 잠재력 있는 인재를 배제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 교수는 “말하자면 학문적 권위를 요구하는 식인데, 실제 많은 미국의 학자들도 요즘엔 SCI 저널 리스트에 대해 잘 모르고,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서 일부에선 귀국을 앞두고 해당되는 저널을 찾아 논문을 집중 게재하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고 전했다.
잠재력 있는 교수 육성 방법으로 차 교수는 미국의 예를 들었다. 그는 “최근 국내 일부 대학에서도 적용한다는 얘길 들었지만, 미국 대학에서 광범위하게 채택하고 있는 ‘종신교수(tenure)제도’도 확대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종신교수제’는 신규 교수를 일단 다수 임용한 후, 5년간의 성과를 평가해 종신교수직을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2단계 채용절차를 거치는 방식. 잠재력이 있는 학자들을 유치할 수 있고, 이들 역시 종신교수직을 따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면서 학문적 성과도 기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차 교수는 “미국서도 교수 채용 뒤 실제 종신교수직을 따내는 비율은 30% 내외일 정도로 따지고 보면 ‘바늘구멍’인 셈”이라며 “대학으로서도 굉장히 합리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국내 교수 임용기준을 충족할 만한 뛰어난 인재들의 귀국 회피 분위기도 전했다. 그는 “선배, 동료 학자들 중 상당수가 지금 국내에서 교수직이 옛날 같지 않다는 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나 다른 쪽으로도 (지위나 대우가) 많이 하락했다는 얘기도 하더라”며 교수에 대한 국내의 사회적 인식 변화도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그러나 “주택이나 경제적 여건, 자녀 교육 등에서 큰 불이익만 없어도 귀국하고 싶은 것이 대부분 해외 학자들의 솔직한 마음”이라며 “생활여건에 대한 합당한 배려가 있다면 많은 해외 학자들 역시 좋은 결심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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