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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 인수 3년/ 당진 일관제철소 공사 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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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 인수 3년/ 당진 일관제철소 공사 현장 르포

입력
2007.09.0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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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공사현장.1일 기자가 찾은 이곳에선‘텅텅텅, 쾅쾅…’굴삭기가 굉음을 내며 땅을 파고 있고, 덤프 트럭 수십대가 꼬리를 문 채 흙을 실어 날랐다. 다른 한쪽에서는 산과 언덕을 평평하게 만드는 절토작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430만㎡(130만평)에 달하는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일관(一貫) 제철소 부지에서는 이 날도 대역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내달 6일로 현대제철이 환란당시 쓰러진 한보철강을 인수한 지 3년째를 맞는다.

2004년 10월 부도 상태에 있던 한보철강을 인수하면서 새롭게 출발한 현대제철은 아산만 일대를 철강단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특히 일관제철소 건설 사업이 시작되면서 주변은 활기가 넘쳐 흐른다. 현재 지반 강화를 위해 강관이나 콘크리트로 만든 지름 60cm, 길이 20m의 말뚝을 박는 항타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2011년이면 이곳에는 초대형 고로(高爐)를 비롯한 각종 설비가 들어서고 대규모 인력이 근무하는 ‘철강도시’가 된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중앙을 가로지르는 바다를 기점으로 동쪽은 A지구, 서쪽은 B지구로 나눠져 있다. A지구에는 세계 최대 생산규모의 철근공장과 열연공장(철스크랩을 이용해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철근공장에서는 국내 생산의 12%(연 120만톤)에 이르는 철근을 생산한다. 한보철강 부도 이후에도 유일하게 가동이 멈추지 않았던 공장이다.

연생산량 180만톤 규모의 열연공장은 현대제철의 인수 3년의 성공신화를 대변한다. B지구에는 한보철강 부도 때 70%의 공정으로 건설이 중단됐던 또 다른 열연공장(고로 생산 반제품인 슬래브를 이용해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7년여 간 방치돼 있던 이 공장은 영화‘쉬리’의 전투장면 촬영장으로 사용됐을 만큼 폐허 상태로 놓여 있었다. 그러나 현대제철이 인수 후 연산 300만 톤의 열연공장으로 탈바꿈했다.

한보철강 때와 비교해 직원 수도 크게 늘었다. 인수 당시 567명이었던 공장 직원은 3년이 지난 현재 협력업체를 포함 3,550명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제철소 건설 및 가동에 따른 직접고용 효과는 4,5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생산량도 3년 만에 5.4배 이상 증가했다.

신승주 현대제철 당진공장 홍보팀장은 “올해 철근공장과 A,B열연공장에서 600만톤, 현대하이스코 당진공장의 냉연강판 200만톤 등 당진공장의 총 생산능력은 800만 톤에 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기공식을 가진 일관제철소는 현재 부지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일관제철소는 기존 당진공장(96만평) 옆에 바다를 메우고 사유지를 수용한 130만평의 부지 위에 지어진다. 현대제철이 2011년까지 연산 8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완공할 경우 조강생산능력은 현재 1,050만톤에서 1,850만톤으로 늘어나 세계 10위권의 철강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2012년이면 현대제철의 매출액도 9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 완공 후 안정적인 수익구조 기반이 마련되면 추후 400만톤 규모의 고로 1기를 추가 건설해 연산 1,200만톤 체제로 설비를 확장할 계획이다. 2011년 고로 1, 2기 완공 이후 3기까지 갖춰 연산 1,200만톤 체제의 일관제철소가 조성되면 현대제철의 조강생산능력은 2,250만 톤으로 세계 6위의 철강업체로 급부상하게 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일관제철소 완공이 되면 직ㆍ간접 고용창출 효과만 7만8,000여명에 이르고, 제철소 운영에 따른 생산 유발효과도 연간 1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진=장학만 기자 local@hk.co.kr

■ 당진, 한해 100개 넘는 기업 옮겨와

충남 당진이 한국 철강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면서 유입 인구가 급증하고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아산만을 사이에 두고 경기 평택시를 마주보는 당진 해안에는 일관제철소를 건설 중인 현대제철을 비롯해 동국제강과 동부제강, 현대하이스코, 휴스틸, 환영철강 등 6개 철강업체가 자리잡고 있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이 지역 철강업체 수는 무려 94곳이나 된다.

당진은 최근 경기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면서 인구가 해마다 4,000여명씩 증가해 주택난을 우려할 정도다. 2일 당진군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당진은 9월 현재 131개째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3년 연속 100개 이상의 기업을 유치했다. 2005년 이후 현재까지 당진으로 공장을 옮긴 기업 수는 총 343개에 이른다. 1.6일에 하나 꼴로 기업이 들어오는 셈이다.

당진은 수도권과 인접한 데다 평택 당진항의 수출 항만시설, 서해안고속도로, 대전~당진고속도로(2009년 완공예정) 등 육상ㆍ해상 물류가 원활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현대제철의 본격 가동과 일관 제철소 추진으로 수도권 등에 산재해 있던 금속 관련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다.

윤대섭 당진 부군수는 "이미 기존공단은 꽉 들어차 기업을 수용하기 위한 신규 공단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석문국가산업단지(360만평) 개발을 서두르고 한화와 KCC등 대기업들도 100만평 이상 대규모 공단 개발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들어오면서 지역경기도 살아나고 있다. 음식점과 자동차 등록 대수가 크게 늘었다. 2000년 1,300개 수준이던 음식점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2,300개를 넘어섰다. 웬만큼 이름난 식당은 주말이면 예약도 어려울 정도다. 자동차 신규등록도 해마다 2,500 대씩 증가한다.

지역사회가 활기를 띄자 현대제철도 당진 지역사회 지원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우선 병상 300개 이상 규모의 대형 종합병원을 유치할 예정이다. 또 고등학교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당진=장학만 기자 local@hk.co.kr

■ 당진공장 조기정상화 비결

1998년 말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기아차 화성공장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인‘화성대’에 올라 아산만 건너편을 의미심장하게 응시했다.

직선으로 2㎞ 남짓한 바다 건너편에는 한보철강이 있는 곳이었다. 부도난 기아차를 인수해 정상화에 여념이 없던 정 회장은 기아차와 함께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던 한보철강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 95년 말 제철사업을 그룹 숙원사업으로 선언하고 추진해오던 경남 하동군 제철소 건설사업이 외환위기로 중단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4년 초 정 회장은 표류하던 한보철강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현대제철(당시 INI스틸)에 입찰 참여를 지시했다. 그리고 그 해 10월 정 회장은 한보철강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기아차를 계열사로 끌어안아 특유의 현장경영과 뚝심경영으로 정상화시킨 자신감이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정 회장은 한보철강 인수 이후 한 달이 멀다 하고 당진공장에 들러 정상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정 회장 특유의 현장경영은 무기력에 빠져 있던 공장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열정을 불어 넣었다. 부도로 회사를 떠났던 직원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기 시작했고, 새로 입사한 직원들은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를 만들어보자는 열의로 가득 찼다.

현대제철은 부도 이후 7년간 가동이 중단됐던 A열연공장을 인수 7개월 만인 2005년 5월 완전 정상화 시켰다. 이는 당초 정상화 계획을 두 달이나 앞당긴 것이었다. 또 설치공사 중 부도로 인해 7년간 방치됐던 B열연공장도 인수 2년 만인 2006년 10월 조기가동에 성공했다.

김종헌 현대제철 상무는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가게 된 원인을 제공한 두 축인 기아자동차와 한보철강을 인수한 것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며 “정 회장은 그러나 이를 철저한 현장경영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빠르게 정상화 시켰다”고 강조했다.

당진=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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