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점짜리 병원 시스템을 95점짜리로 획기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최근 국내 최초로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은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박창일(61) 병원장은 2일 "우리나라 최초 병원이라는 전통을 이어 국내 첫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에 맞는 의료기관으로 인증 받았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병원장은 "환자 진료와 병원 관리에 관해 모두 1,033개 평가 항목을 통과함으로써 세브란스병원의 의료 서비스와 환자 안전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받았으며 앞으로 해외 환자 유치에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4년에 설립돼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둔 JCI는 의료기관 수준을 평가하는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의료평가기관으로 미 병원의 95%가 이 인증을 받았으며, 23개국 125개 병원도 인증에 동참했다.
박 병원장은 우리 의사들의 임상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3억5,000만원을 들여 해외 인증을 받은 이유를 "정교한 병원 운영시스템을 갖추고 해외 환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몇 년 전 모 대학병원에서 위 수술 환자와 갑상선 수술 환자를 뒤바꿔 수술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정교한 병원 운영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병원장은 이번 JIC 인증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바뀐 점으로 고질적인 병원 감염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것을 꼽았다. 모든 병실에 세균의 온상인 수도꼭지를 모두 없애고 자동센서 수도꼭지를 달았다.
또 모든 환경 미화원에게 고무장갑을 벗도록 했다. 고무장갑은 환경 미화원을 보호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안전 불감증을 초래할 뿐 아니라 병원 감염의 직접적인 매개체가 된다는 점 때문이다.
그 대신 수술실 등 감염 우려가 높은 곳을 청소할 때에는 일회용 특수 소독장갑을 사용케 했고, 일반 장소를 소독할 때에는 맨손 작업을 하되, 손 씻기와 소독을 의무화했다. 또 중환자실이나 격리실 등 특수 구역의 출입문은 손을 닦지 않으면 열리지 않도록 바꾸었다.
박 병원장은 "그 동안 대기업 총수 등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리면 외국을 찾았는데 이번 인증을 계기로 세브란스병원이 환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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