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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 '그림같은 집' 누구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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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 '그림같은 집' 누구 맘대로

입력
2007.09.0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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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종로구 북한산국립공원 비봉매표소 인근. 참나무, 상수리나무 수 십 그루가 허리가 꺾인 채 단독주택 건설현장 주변에 나뒹굴고 있다. 그 옆 빌라 건축현장에는 굴착기가 굉음을 울리며 산 자락을 파헤치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구기동 자락은 정부가 1972년 그린벨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곳이지만 불법 호화 건축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종로구청과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구기동 자락 일대 그린벨트지역에는 20년 전부터 하나, 둘씩 신ㆍ개축 등을 통해 들어선 개인주택이 20여 채에 달하며 현재도 4채의 호화주택이 신축 중이다. 이 과정에서 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 임야 전답에까지 건물이 버젓이 신축되면서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이 일대는 대지로 등재된 필지가 40여 곳이나 돼 상당 기간 주택 신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구기동 200 일대 연면적 100㎡, 2층 규모의 한 현대식 주택은 건축물대장에 없는 유령 건물이다. 이 주택은 건물신축이 금지된 곳에 건립됐고, 인근 산자락을 계단 형태로 깎아 텃밭으로 이용까지 하고 있다. 이 건물은 바로 옆 필지에 66㎡ 규모의 1층짜리 목조주택으로 등록한 뒤에 실제로는 별장식 주택으로 불법신축한 것이다.

이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도 불법 건축물이 눈에 띈다. 북한산 암벽을 깎아 조성한 이 2층 주택은 건축물대장은 물론, 무허가건물등록대장에도 등록 안된 불법 건축물이다. 이 건물들 위쪽에 있는 주택 건설현장에서는 나무를 마구 베어낸 흔적도 보였다.

특히 이들 주택은 오수처리시설을 갖추지 않고 청정 북한산 계곡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 일대는 종로구에서 2003년부터 200억원을 투입, 복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홍제천 상류로 도심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하수처리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건물마다 오수처리시설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종로구청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불법건축물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서로 관리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오래 전에 지어진 건물들이라 불법 여부를 몰랐고, 국립공원 관리는 공단에서 맡고 있어 별도로 단속은 실시하지 않았다”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과태료 부과와 함께 원상복구토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산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건축허가와 관련된 사항은 구청에서 실시하고 있고 개발제한구역 훼손문제도 공단에서 적발할 사항이 아니다”며 “공원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불법행위를 구청과 함께 조사한 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사무국장은 “북한산 자락의 고급 주택 상당수가 불법 또는 편법으로 증ㆍ개축 됐고 현재도 건축행위가 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전체 실태조사를 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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