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사건이 동국대 재단이사회 장악을 둘러싼 조계종 내 계파 간 알력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2일 조계종 관계자들에 따르면 4~8일 열리는 조계종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종회(국회에 해당하는 기관) 임시회에서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가짜 학위사건에 대한 책임 추궁과 재단이사 추천을 놓고 치열한 계파 간 공방이 예상된다.
무차회 무량회 화엄회 등 중앙종회의 다수를 차지하며 총무원을 장악하고 있는 여권 측 계파들은 보림회 금강회 등의 야권 측 계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동국대 재단이사회가 신정아씨 임용에 어느 정도 개입돼 있었는지, 감독 소홀이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하며 야권에 대해 대대적 공세를 취할 태세다.
신정아 가짜 학위를 폭로한 동국대 이사 장윤 스님이 속해있는 무량회는 31일 “동국대 이사회가 장윤 스님의 거듭된 주장을 무시해 결국 신씨 사건으로 조계종의 위신이 크게 손상을 입었다”며 이번 중앙종회에서 이사장 영배 스님, 이사 영담 스님 등 보림회와 금강회 소속 이사들을 포함한 13명의 이사 전원 사퇴 결의안을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관계자는 “영배 스님의 임기가 남아 있고 사퇴 결의안이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종단 분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사 전원사퇴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장윤 스님과 영담 스님 등 11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동국대 재단이사 5명을 이번 종회에서 교체해야 돼 이들의 재선임 또는 후임자 추천을 둘러싼 계파간 줄다리기가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 승려 이사들은 중앙종회 종립학교관리위원회가 3일 회의를 열어 2배수를 추천하고 중앙종회의 인준을 거친 뒤 동국대 재단이사회에서 선출하게 된다.
장윤 스님은 1980년대 중반이후 18년간 동국대 이사장을 역임하며 장기 집권했던 녹원 스님(직지사 회주)의 ‘직지사 문중’ 출신으로 재단의 회계 부정을 이유로 녹원 스님을 밀어내고 재단을 장악한 영담 영배 스님측과 대립관계에 있다.
동국대 개방이사추천위원회가 30일 이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영담 스님을 개방이사(기업의 사외이사에 해당)후보로 추천한 것도 중앙종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여권 측에서는 “영담 스님이 중앙종회에서 이사 추천이 안 될 것에 대비해 선수를 쳤다”면서 개방이사로 추천되는 승려이사 및 감사는 조계종단의 추천을 받아 선임해야 한다는 동국대 정관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은 개방이사는 조계종단법이 아닌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개방이사는 중앙종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에서 선임한다.
현재 동국대 이사회의 이사 13명 가운데 11명이 야권인 보림회 금강회 소속 승려 이사이거나 이들을 지지하는 일반 이사이며, 여권 측은 장윤 스님과 화엄회의 종상 스님(전 불국사 주지) 등 2명뿐이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가 너무 한쪽에 치우쳐있기 때문에 여권의 지분을 늘려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 야권이 몇 개의 이사 자리를 여권에 양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아직 예측불허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참여불교재가연대는 동국대 의혹, 강원 백담사의 횡령 의혹, 제주 관음사 인수인계과정의 마찰 등 일련의 사건들로 조계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고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종단의 도덕성 회복을 촉구할 예정이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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