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사립초등학교 K교장은 지난해 학교 아버지회, 어머니회 등 학부모 조직을 통해 불법 찬조금을 걷어들이다 시교육청 감사에 적발됐다. ‘회장 120만원, 이사 80만원’식으로 조성된 공식 회비만 8,000여만원으로, 모두 ‘학교발전기금’ 명목이었다.
하지만 발전기금 중 일부는 교장과 교사들의 해외연수비로 사용됐고, 나머지는 용처조차 알 수 없었다. 학교 회칙에 ‘기금의 집행은 학교운영위원회 회장단과 학교장의 협의 하에 진행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학교측이 결산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사용처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학교발전기금을 둘러싼 잡음과 비리는 교육 현장의 오랜 골칫거리 중 하나다. 원래 발전기금은 기부자나 학부모 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금품을 의미한다.
당연히 학교시설비, 도서구입비, 학생지원비, 학생자치활동비 등 순수한 교육목적에 사용해야 하지만 학부모를 통해 강제로 모금하거나, 용도 또한 교사의 회식비ㆍ경조비로 버젓이 전용되는 등 불법 관행이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특히 발전기금 중 자발적 모금금품 항목은 학교측 입장에서는 ‘쉽게 손댈 수 있는 돈’으로 인식됐다. 단순 기부금품과 일반인 대상 모금금품과 달리 학부모들로부터 직접 조성한 자발적 모금금품은 도서구입, 학교 체육ㆍ학예활동 지원, 학생복지 지원 등으로 용도가 한정돼 있으나, 명확한 기준이 없어 관례적으로 시설보수, 기자재 구입 등 학교 기본 운영비로 충당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2일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교육청은 이날 ‘서울시 학교발전기금 조성ㆍ운용 및 회계관리 요령’을 개정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자발적 조성금품을 앞으로 학생 교육활동과 관련해 학교별로 특색있는 교육사업에만 조성할 수 있도록 명문화 했다. 이 규정을 어긴 학교는 제재를 받는다.
또 학부모가 기부금을 납부할 경우 학교 내 접수처나 금융기관, 체신관서를 통하는 방법 외에도 온라인으로 직접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기부금 접수, 사용내역, 결산 등 발전기금과 관련한 전 과정도 학교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해야 한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