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을 본 서른 둘의 ‘노장’이 한국 테니스의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43위ㆍ삼성증권)이 메이저 2개 대회 연속 32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형택은 3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세계랭킹 14위 기예르모 카나스(아르헨티나)를 3-0(7-5 7-5 6-3)으로 완파하고 32강이 겨루는 3회전에 올랐다. 지난 7월 윔블던오픈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32강 진출. 이형택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2000년 US오픈에서 거둔 16강이지만 한 시즌 두 개 대회에서 연이어 32강에 오른 건 처음이다.
이형택이 쓰러뜨린 카나스는 ‘페더러 킬러’로 불리는 프로 테니스의 강자. 세계랭킹 8위까지 오른 카나스는 올시즌 두 차례나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꺾었다. 카나스는 올시즌 이형택이 꺾은 투어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은 상대다. US오픈 1회전에서 랭킹 36위 도미니크 에르바티(슬로바키아)를 꺾은 데 이어 또 한번 상위 랭커를 격침시켰다. 이형택은 서브 에이스에서는 3-16으로 밀렸지만 네트 접근 공격 35회 중 27회를 성공시키는 노련한 플레이로 대어를 낚았다. 상대 스트로크를 받아 치는 리턴 포인트에서도 앞섰다.
프로테니스 투어 선수로는 ‘환갑’에 이른 서른 두 살의 이형택은 노장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올들어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년간 꾸준히 투어오픈에서 성적을 거둔 이형택은 지난 달 최고랭킹인 36위까지 올랐고 메이저대회 2연속 3회전 진출을 해내고 있다. 얼마 전 둘째 아들을 본 터라 정신적으로 더욱 안정된 상태다.
이형택은 2일 또 한번 톱랭커 사냥에 나선다. 상대는 테니스 종주국 영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무 살의 신예 앤디 머레이(19위)다. 머레이와는 올해 새너제이 SAP오픈 8강에서 1-2로 패한 바 있다. 하지만 카나스에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완승한 기세를 살린다면 지난 2000년 US오픈 16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
한편 여자 단식 2회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마리아 샤라포바(2위ㆍ러시아)가 51분 만에 호주의 케이스 델러쿠어(90위)를 2-0(6-1 6-0)으로 꺾고 32강에 올랐다. 마르티나 힝기스(17위ㆍ스위스), 니콜 바이디소바(15위ㆍ체코) 등도 3회전에 올랐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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