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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시누헤(전 2권)' 이집트 설화에 상상력 입힌 민중영웅의 모험·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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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시누헤(전 2권)' 이집트 설화에 상상력 입힌 민중영웅의 모험·연애담

입력
2007.09.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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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 왈타리 지음ㆍ이순희 옮김동녘 발행ㆍ1권 400쪽, 2권 376쪽ㆍ각 권 1만원

‘시누헤’는 본래 이집트에서 민간 설화의 주인공 이름이다. 고대 이집트 왕조의 궁정 관리였던 그는 우연히 파라오에 얽힌 비밀을 엿듣게 되는 바람에 도망자 신세가 된다.

이방의 땅을 방랑하다 시리아에 정착한 그는 그 곳의 족장이 되고, 파라오의 용서를 받아 금의환향한다.

핀란드 작가가 쓴 이 장편 소설은 ‘시누헤 설화’를 모티프로 한다.

시누헤는 갓난아기 때 갈대배에 실려 떠내려와 의사 가족의 손에 거둬진다. 의사 수련 과정을 마칠 무렵 창부의 유혹에 넘어가 가족과 재산을 잃은 그는 이집트를 떠났다가 의사로 성공, 파라오의 주치의로 귀국한다. 하지만 소설의 무게 중심은 시누헤가 아니라 파라오 아케나톤에 기울어져 있다.

유일신 신앙과 만인 평등을 내세운 그는 민중의 지지를 등에 업고 귀족과 사제 세력을 몰아내려는 친위 혁명을 일으키고, 대의에 공감한 시누헤도 이에 가담한다.

20세기 초 유적 발굴을 통해 알려진 아케나톤 시대의 역사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입힌 이 작품은 방랑과 모험, 연애, 궁중 암투 등이 한데 어우러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아가 세계의 개선을 꾀하던 아케나톤의 행보가 좌절을 겪는 과정을 면밀히 고찰하면서 혁명과 선악의 의미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2차대전이 끝난 1945년에 첫 출간될 당시 이 책은 세계를 파괴한 인간의 광기, 종교, 이념에 대한 환멸의 알레고리로 받아들여져 호평 받았다. 90년대 현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헝가리, 폴란드, 러시아, 쿠바 등 옛 공산 국가에 이 책이 잇달아 번역되고 있는 상황이 묘한 여운을 준다.

미국에서는 49년 번역된 이후 83년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이 나오기까지 ‘가장 많이 팔린 외국 소설’로 기록됐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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