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이 친노(親盧) 대선주자 캠프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친노 진영 전체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분열'의 성격이 짙다.
외견상 노 대통령 주변인사들의 행보는 이해찬 전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 양측으로 나뉜다.
'좌 희정, 우 광재'의 갈림이 대표적이다. 안희정 참평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지난 25일 이 전 총리의 외곽조직인 '광장'의 대전조직 창립총회에서 "이 전 총리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공개적인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이광재 의원은 3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한 전 총리를 적극 돕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 서갑원 윤호중 유기홍 의원 등은 이 전 총리측에, 김형주 백원우 의원 등은 한 전 총리측에 각각 결합한 상태다.
청와대나 총리실 참모들의 양상도 비슷하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정태호 전 정무팀장을 비롯, 남영주 전 민정비서관과 김현 전 춘추관장 등은 이 전 총리 캠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허성무 전 민원제도혁신비서관, 황희 전 보도지원비서관실 선임 행정관 등의 결합도 예정돼 있다. 한 전 총리 캠프에는 김형욱 전 총리실 사회조정비서관, 조현옥 전 총리실 균형인사비서관, 양상현 전 청와대 정무팀 행정관 등이 합류한 상태다.
범여권 내에선 이 같은 양상을 놓고 노심(盧心) 논란을 잠재우는 동시에 친노진영이 대선정국에서 자신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한 역할분담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예비경선이 코 앞에 다가왔지만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비노(非盧) 주자들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친노진영 전체의 공간을 넓혀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점에서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격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30일 공개적으로 이 전 총리와 한 전 총리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점도 친노 핵심인사들의 행보가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임을 짐작케 한다.
물론 본선 경쟁력을 감안한 유시민 의원 견제용이란 해석도 동시에 나온다. 비노진영의 견제 속에 이해찬ㆍ한명숙ㆍ유시민 등 3인 모두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기가 쉽지 않은 만큼 친노진영 내부에서 이미 전략적 선택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좌 희정, 우 광재' 모두가 유 의원의 출마를 만류했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한 친노의원은 "예비경선 이후 이해찬ㆍ한명숙 두 후보간 단일화를 통해 전체 친노진영을 결집시키겠다는 큰 밑그림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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