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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쏘나타 美시장 질주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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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쏘나타 美시장 질주 막아라"

입력
2007.09.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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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격전지인 미국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현대자동차 중형차 쏘나타의 판매 실적이 지금까지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월 1만5,000대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 중형차 시장을 장악해온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등 일본차 3인방을 턱밑 까지 위협하게 됐으니, 이들이 바짝 긴장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일본 자동차 3사는 최근 노골적으로 현대차를 겨냥한 전략을 내놓는 등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7월 중순 기능과 디자인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2008년형 캠리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이전 모델(1만8,570달러)과 동일하게 책정했다. 미국 중산층 가정의 패밀리 세단으로 불리는 캠리는 대표적인 쏘나타의 경쟁 차종이다.

9월 중순 2008년형 어코드 출시를 앞둔 혼다 역시 현대차를 견제하기 위해 기존 모델 가격인 1만8,625달러로 동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본 중형차들과 현대차 쏘나타의 가격 차는 대폭 줄어들었다. 캠리와 쏘나타의 가격차는 2005년 13%에 달했으나, 2006년 2%로 줄어든 데 이어 올 들어서는 거의 비슷해졌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체가 기능과 외관이 대폭 향상된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미국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차 쏘나타(1만7,670달러)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현대차는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해왔다. 올해 1~7월 중형차 판매 증가율을 보면 도요타 32%, 혼다 44.4%, 닛산 0.3%에 그친 반면, 현대차는 무려 103.4%에 달했다.

중형차뿐만 아니다. 현대차가 강세를 보여온 소형차 시장에서도 일본차 3사의 견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도요타는 최근 현대차 베르나(1만2,565달러)보다 가격이 낮은 야리스(1만1,925달러)를 전략적으로 출시하고 현대차와의 진검 승부를 선언했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현대차 견제는 가격 정책 외에 판매 및 신모델 출시 전략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업체들은 최근 엔저를 바탕으로 미국 현지 딜러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고 판매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또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도입한 '10년, 10만㎞' 보장 서비스를 본떠 보장 제도 확대를 검토 중이다.

도요타가 8월 30일 출시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밴 가드' 역시 현대차의 미국 SUV 전략 모델인 베라크루즈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3,500㏄ 엔진으로 베라크루즈와 동급 모델인데다 가격도 3만3,000달러 선으로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일본 메이커들의 견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더 이상 가격 경쟁력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고부가가치 차종 개발,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6년간 무분규를 토대로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품질을 달성한 도요타와 같이 노사신뢰 관계의 회복이 시급한 것은 물론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류기천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엔저'와 '일본차의 집중 견제'라는 이중고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일본차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가격 경쟁보다는 수익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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