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날 이천수(26ㆍ울산)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었다.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구단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짐을 챙겨 인천공항으로 향한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려 했던 이천수는 설상가상으로 수속에 차질이 생겨 두 번이나 비행기를 놓치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하지만 마침내 그는 자신의 생애 두 번째 유럽 도전에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이천수의 네덜란드 1부 리그 페예노르트행이 전격 결정됐다. 울산은 31일 “페예노르트와 이천수의 완전 이적에 합의했다. 계약기간은 4년이며 이적료는 200만 유로(약 26억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울산과 이천수는 10개월 임대에 3억5,000만원의 임대료라는 터무니없는 계약 조건 때문에 페예노르트의 입단 제의를 거절했다. 하지만 31일 새벽 페예노르트가 완전 이적이 담긴 새로운 내용의 계약 조건을 팩스로 보내오면서 이천수의 이적은 하루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적료 26억원은 울산이 이천수를 2005년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재영입할 때 지불했던 것과 비슷한 액수다.
유럽 이적 시장 마감을 하루 앞둔 극적인 입단이었다. 전날까지 사실상 유럽진출을 포기했던 이천수는 출국 인터뷰에서 “바라던 것이 이뤄졌다. 페예노르트에서 나를 원했고 좋은 기회가 주어져 너무 기쁘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그 동안 너무 빅리그만 고집했던 것 같다. 네덜란드 리그는 비록 크지는 않지만 좋은 리그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이를 발판으로 EPL 진출을 또 한번 노려볼 뜻을 밝혔다.
이천수 입단이 확정된 페예노르트는 네덜란드 1부 리그에서 PSV에인트호벤, 아약스 등과 함께 3대 명문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시즌 리그 7위까지 추락한 뒤 올시즌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서 로이 마카이, 지오바니 반 브롱코스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했다. 2003년 송종국(수원)이 진출해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팀이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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