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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의 기원' 기술·사업전략의 끊임없는 진화속에서 '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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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의 기원' 기술·사업전략의 끊임없는 진화속에서 '부' 만들어진다

입력
2007.09.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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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바인하커 지음 / 안현실ㆍ정성철 옮김 / 랜덤하우스ㆍ812쪽ㆍ2만8,000원생물계 종의 진화처럼 '부'도 같은 공식 지녀

1987년 마이크로소프트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었지만 앞날은 불확실했다. MS-DOS는 자연적 수명주기의 종료 시점에 다가서고 있었다. IBM, AT&T, 휴렛패커드, 애플 등의 경쟁사들은 새로운 PC 운영체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빌 게이츠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게이츠는 사운을 걸고 경쟁사보다 빨리 윈도우라 불리는 새 운영체제 구축에 투자하는 엄청난 모험을 감행했으며, 이것이 성공해 PC 운영체제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실제로 게이츠는 윈도우 개발 외에도 MS-DOS에 계속 투자하고, IBM의 OS/2 운영체제 프로젝트에 합작으로 참여하는 등 6개의 전략을 추진했다.

게이츠는 당시 아무런 전략이 없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회사 밖에서 진행중인 ‘진화적 경쟁’을 반영해 회사 내부에 서로 경쟁하는 사업을 진행시켰다.

게이츠는 90년 윈도우 3.0 버전이 출시된 후에야 성공에 확신을 갖게 됐고, 윈도우 개발사업을 확장해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부는 무엇이며, 어떻게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는가.

맥킨지&컴퍼니의 선임고문인 에릭 바인하커가 쓴 <부의 기원> 은 부의 창출과정을 ‘복잡계 경제학’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저자는 생물계에서 일어나는 종(種)의 진화처럼 경제세계의 모든 질서, 복잡성, 다양성, 그리고 부의 근저에도 똑같은 진화의 공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250만년 전 호모 하빌리스가 만든 인류 최초의 제품인 조잡한 석기에서 출발해 지금 미국 뉴욕 JFK공항 인근 월마트에 가면 볼 수 있는 10만가지가 넘는 제품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진화과정이라는 것이다.

모래를 유리나 실리콘 칩으로 변환시키는 것과 같은 물리적 기술, 마을 군대 조직 지폐 법률 등 인간을 조직화하는 사회적 기술, 그리고 이 둘을 전략으로 결합하는 사업계획 등 세 분야의 합동적인 진화의 결과로 부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처럼 사람들은 많은 가능성을 시험해보면서 그 중 좋은 것은 더 많이 채택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버리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채택된 기술, 조직, 사업전략은 살아남고 복제되어 부를 일군다.

물리적 기술은 스스로 새로운 기술을 만든다. 내연 엔진의 개발이 자동차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고, 자동차 산업이 커지면서 고무타이어, 아스팔트 포장, 모텔, 패스트푸드 등 관련 기술이 발전했다. 어떤 기술이든 리플(파급) 효과가 있다.

사회적 기술도 진화한다. 2,6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교환수단으로 등장한 돈, 13세기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복식회계, 1825년 이후 영국 의회에서 창안한 유한합자회사 등의 사회적 기술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세계 100개 국가에 10만3,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브리티시 페트롤리움(BP) 같은 거대 기업이 유지되고 있다.

19, 20세기에 과학은 엄청난 물리적 기술을 창출했고, 시장은 이러한 기술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하는 사업계획의 혁신으로 선순환이 일어났다. 이런 진화 과정을 거쳐 미국 뉴요커들의 소득은 브라질 오리노코강에서 수렵ㆍ채집생활을 하는 야노마노족에 비해 400배에 이르게 됐다.

복잡계 경제학은 이렇게 경제를 하나의 ‘복잡적응시스템’(complex adaptive systemㆍCAS)으로 이해한다. 19세기 후반 이후 서구 경제학의 패러다임은 경제를 하나의 균형시스템으로 파악하는 것이었다.

큰 사발 안에서 굴러다니다 멈추는 고무공처럼 하나의 균형점에서 기술, 정치, 소비자 취향의 변화 등의 요인에 의해 새로운 균형점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으로 경제를 생각했다.

그러나 복잡계 경제학은 균형상태와는 거리가 먼, 역동적이고 복잡한, 그리고 단 한번도 정지상태에 있지 않는, 사람들이 와글와글하는 ‘꿀벌 통’ 같은 것이 경제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본다.

복잡계 경제학의 메카인 미 산타페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저자는 70년대 후반부터 80, 90년대를 거치면서 가속화하고 있는 경제학의 최신 연구경향을 이 책에서 ‘복잡계 경제학 혁명’으로 종합, 정리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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